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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러시아 석유 금수' 제재 임박...헝가리 등 일부 예외 둘 듯

중앙일보

입력

폴란드 데보고르제 인근의 가스 저장 설비. 유럽연합은 이번주 러시아 석유금수를 골자로 하는 여섯번째 제재 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로이터=연합뉴스]

폴란드 데보고르제 인근의 가스 저장 설비. 유럽연합은 이번주 러시아 석유금수를 골자로 하는 여섯번째 제재 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은 빠르면 이번 주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골자로 하는 여섯 번째 제재 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단, 일부 국가에 대해선 예외를 두기로 했다. 러시아 제재를 앞에 두고 EU가 단일대오 유지에 애를 쓰는 모양새다.

EU가 러시아 석유 금수 조처를 준비 중인 가운데,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 등은 예외 조항을 인정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유럽 에너지기업이 가스 대금을 루블로 지급하는 방식은 EU의 제재를 위반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그간 러시아 제재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며 다른 회원국의 눈총을 샀던 독일은 석유 금수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나왔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독일은 석유 금수를 감당할 수 있는 상황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날 ZDF TV와 인터뷰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평화협정에 서명할 때까지 제재를 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독일은 러시아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우크라이나 전쟁 전 35%에서 최근 12%까지 줄였으며, 향후 몇달 동안 단계적으로 끊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러시아산 천연가스 비중은 여전히 35%에 달한다.

앞서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에 반대 입장을 밝힌 헝가리는 이를 고수했다. 졸탄 코박스 헝가리 총리실 대변인은 "석유와 가스 금수 조치에 대한 헝가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EU 제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러시아 석유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석유 금수 제재가 발동하더라도 이들 국가에 대해선 '장기적 전환' 등 예외조항을 적용할 계획이다. 제재 안은 EU 27개국의 지지를 얻어야 하며, 이 때문에 EU는 일부 국가에 대해 예외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전했다.

문제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다. 석유는 아프리카·중동 등에서 대체할 수 있지만, 파이프라인을 통해 들어오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단기간에 대안을 찾기가 힘들다. 독일 정부 관리는 WSJ에 "독일은 러시아 석유로부터 독립할 순 있지만, 천연가스는 더 어렵고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EU의 약한 고리를 알고 있는 러시아는 지난달 유럽에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급하라고 했다. 루블화 방어와 함께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유럽의 에너지기업이 가스대금을 결제할 때 러시아 가스프롬의 자회사 가스프롬방크에 유로와 루블을 각각 거래할 수 있는 2개의 계좌를 만들라고 했다. 앞서 WSJ은 일부 기업이 이런 방식을 따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EU는 러시아의 요구에 응해 당초 계약 조건인 달러·유로가 아닌 루블로 지급할 경우 제재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독일 가스 기업 유니퍼 등은 당장 이달 중순께 가스대금을 지급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EU 집행위는 향후 제재를 거스르지 않는 범위에서 가스 대금을 지불할 수 있는 세부 지침을 마련해 회원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로이터 등은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말 러시아는 가스 대금을 루블로 결제하지 않은 폴란드·불가리아에 대해 선제적으로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상황에 따라 다른 EU 회원국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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