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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 부부 사기단…"주차 잘 못한다" 한 뒤 "사진 찍었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남부경찰청과 경기도남부자치경찰위원회가 지난 22일 밤 도내 주요 고속도로 진·출입로와 인접 교차로 등에서 음주 운전을 단속하는 모습. 본 기사와는 관련 없음. 연합뉴스

경기남부경찰청과 경기도남부자치경찰위원회가 지난 22일 밤 도내 주요 고속도로 진·출입로와 인접 교차로 등에서 음주 운전을 단속하는 모습. 본 기사와는 관련 없음. 연합뉴스

완주 40대 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 올려

전북 완주군에서 대리기사가 '주차를 잘 못하겠다'며 술을 마신 차주에게 운전을 부추기고 이 모습을 뒤차에 타고 있던 대리기사 아내가 사진을 찍으려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다.

40대 주부 A씨는 지난 27일 전북 지역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대리운전 조심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어제 무서운 일을 겪었다"고 했다.

A씨는 글에서 "부부가 2인 1조로 움직이며 뒤따라오던 벤츠(운전자)가 와이프(아내)였고 사진을 찍으려 기다리고, 대리기사는 계속 (차주에게) 운전대를 잡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리기사가 주차를 계속 못한다고 하고 이상하게 주차해 시비가 붙었다"고 했다.

"대리기사가 뒤차에 있던 와이프에게 '사진 찍었어?'라며 계속 소리쳐 '이 사람들이 (술을 마신 차주에게) 운전하게 해서 사진을 찍는구나' 알게 됐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는 "전주 (대리운전)업체에서 (대리기사를) 부르고 (완주군) ○○리에 산다"고 했다.

40대 주부 A씨가 지난 27일 전북 지역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대리운전 조심하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 사진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40대 주부 A씨가 지난 27일 전북 지역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대리운전 조심하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 사진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부부 사기단' '이은해·조현수 같은 놈들' 댓글  

이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은 '미쳤네요. 부부 사기단이네요', '이은해·조현수 같은 놈들', '오래된 수법이다. 신고하는 것보다 바로 현금을 달라고 합의하려 한다',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더 소름이네요' 등 댓글을 달았다.

한 회원은 "역대급 쓰레기 부부"라며 "끼리끼리 잘 만났다. (대리기사 아내가 탄) 벤츠도 그런 더러운 돈 모아서 샀나 보다"고 했다. A씨는 "제가 주차한다고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했다.

한 회원이 '직접 겪은 일이냐'고 묻자 A씨는 "어제 일이다. 경찰까지 오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런 시국에 조심하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올렸다"고 답했다.

A씨가 대리기사를 처음부터 의심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 회원이 '그렇게 신고하면 포상금 있냐. 왜 그런 거냐'고 하자 A씨가 "사진 찍었다고 합의금 바랄지도 모르죠. 대리운전하는데 벤츠도 따라다니고 사진도 찍고. 설마 사진을 찍나 했다"고 답해서다.

일각에서는 'A씨가 주차 문제로 대리기사와 승강이하는 과정에서 뒤차에서 사진을 찍던 여성이 대리기사의 아내라는 사실을 알았고,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양측이 말다툼에 그친 데다 차주도 음주운전을 하지 않아 형사사건으로 번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경찰청 전경. 사진 전북경찰청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경찰청 전경. 사진 전북경찰청

경찰 "실제 일어난 일인지 확인 필요" 

이에 대해 경찰은 "실제 일어난 일인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A씨가 언급한 지역 관할 파출소 측은 "(신고 처리) 시스템을 검색해 보니 해당 날짜(4월 26일) 오후 6시부터 자정 사이 파출소에서 현장에 출동한 건 모두 7건이었고, 교통사고는 3건이었다"며 "하지만 대리기사와 차주가 시비가 붙은 내용의 사건은 없었다"고 말했다. 완주경찰서에 확인한 결과 지난 26일 비슷한 사건이 접수된 적은 없다.

A씨가 이사하기 전 거주했다는 전주시 해당 지역 관할 지구대와 경찰서 측에서도 "해당 날짜에 관련 신고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온라인 사이트 가입자들은 이 사이트가 닉네임(활동명)과 함께 거주 지역과 생년월일을 입력해야만 회원에 가입할 수 있고, A씨가 그동안 다른 게시물에 댓글을 꾸준히 달아왔다는 점 등에 비춰 허위 글을 올렸을 가능성은 작다는 반응이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는데 당사자들이 원만히 합의하더라도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에 모두 입력한다"며 "요즘에는 112가 아니고 지구대나 파출소 전화로 들어오는 일반 신고까지 직원들이 일일이 기록에 남기는 만큼 신고 누락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다만 "게시물에 나오는 신고 날짜나 지역 등에 착오가 있으면 경찰의 출동 유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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