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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속도전에 나스닥 급락, 서학개미들 강펀치 맞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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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오랜만에 계좌 봤는데 TQQQ 왜 -49%인가요?”

“어느덧 외제 차 1대 값 날렸습니다.”

최근 온라인 상장지수펀드(ETF) 종목 토론방에는 뉴욕 증시에 상장한 3배 레버리지 ETF인 이른바 ‘티큐(티커명TQQQ)’ ‘속슬(SOXL)’ 등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봤다는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의 글이 자주 눈에 띈다. TQQQ와 SOXL은 추종하는 지수가 1% 상승하면 3%의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반대로 1% 내리면 3%의 손실을 보는 구조의 상품이다.

올해 서학개미 순매수 TOP 10 주가 변동.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올해 서학개미 순매수 TOP 10 주가 변동.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믿을 건 미국 주식뿐”이라며 3배 레버리지 상품을 사들인 서학개미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달 11월까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던 나스닥 지수가 올해 들어 21% 넘게 빠졌다. 지난 26일(현지시각) 나스닥은 하루 만에 3.95% 급락했다. 1년 8개월 만에 낙폭이 가장 컸다.

나스닥 등 미국 지수가 급락하며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는 강펀치를 맞았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서학개미 순매수 1·2·10위 종목이 3배 레버리지 추종 상품이었다. 올해에만 서학개미가 이 3종목을 사들인 액수만 3조원을 훌쩍 넘는다.

순매수 상위 1위 종목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 이른바 티큐(TQQQ)다. 나스닥 100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이 상품에 올해 들어 서학개미가 베팅한 규모만 14억911만 달러(약 1조7918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올해 수익률은 -55.5%다. 반 토막이 났다.

순매수 2위 종목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콘덕터불 3배 ETF(SOXL), ‘속슬’의 수익률은 더 처참하다. 서학개미는 올해 ‘속슬’ 11억7413만 달러(약 1조4930억원) 어치를 사들였지만 주가는 69.55% 폭락했다. 순매수 10위인 팡 이노베이션 3배 ETF(약 2715억원)는 76.05% 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빅테크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의 충격도 만만치 않다. 국내 투자자 순매수 3위에 이름을 올린 테슬라(9억880만 달러·1조1554억원)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6.53% 하락했다.

서학개미 순매수 4위 엔비디아(8억136만 달러·1조188억원)도 올해 들어 38.86% 하락하며 같은 기간 나스닥 하락 폭을 웃돌았다. 알파벳(-21.17%)과 애플(-13.98%), 마이크로소프트(-15.39%) 주가는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11.7%)보다 더 크게 떨어졌다.

최근 11년 만의 가입자 수 감소로 위기설이 번진 넷플릭스 주가는 올해 68.44% 하락했다. 이 기간 서학개미는 넷플릭스 주식을 1억2789만 달러(1626억원·순매수 16위) 어치 사들였다.

최근 미국 주식 급락은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속도와 강도를 높여가면서 성장주 주가가 급락한 영향이 크다. 김성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다”며 “기업의 1분기 실적과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중국 봉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지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 팀장은 “금리가 오르면 자산 투자에 따르는 비용 부담이 커지고 위험도 증가한다”며 “단순히 가격이 싸졌다는 이유로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기보다는 위험을 줄이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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