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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KLPGA 충돌…10월말 국내서 동시에 대회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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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LPGA·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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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4일 부산 기장군 LPGA 인터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LPGA 투어 회원인 고진영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회원인 임희정, 안나린 등이 우승경쟁을 펼쳤다. 연장전까지 가는 뜨거운 승부에 팬들은 즐거워했다.

올해는 이런 모습을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말 열리는 BMW 챔피언십(상금 200만 달러, 약 25억3000만원) 대회 기간 KLPGA 투어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골프장에서 KH-IHQ 칸배 여자오픈을 열기로 했다.

LPGA 투어는 한국에서 해마다 대회를 열었다. 2003년 나인브릿지 클래식을 시작으로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BMW 챔피언십으로 이어졌다. LPGA 대회 기간 KLPGA 투어 대회는 열지 않는 게 관례였다.

국내에서 열리는 LPGA 대회에는 KLPGA 상위 12명과 초청 선수 몇몇이 참가하다가 2019년부터는 30명으로 늘어났다.

그래서 한국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대회는 KLPGA 투어 선수가 미국 무대로 직행하는 등용문으로 통했다. 세계 랭킹 1위 고진영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LPGA 중계권을 갖고 있는 JTBC골프와 KLPGA 투어 중계권자인 SBS골프가 각각 생방송 중계를 요구하면서 일이 꼬였다. 양 방송사의 협상이 결렬되자 KLPGA는 BMW 챔피언십과 같은 기간 별도의 대회를 열기로 했다.

KLPGA 투어는 소속 선수들의 BMW 챔피언십 출전을 막을 계획이다. KLPGA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협회가 공인하지 않은 대회에는 소속 선수가 참가할 수 없다. 외국에서 열리면 3개 대회까지 허가를 해줬지만, 예외적인 상황으로 봐야 한다. 국내 대회와 같은 기간에 열리는 BMW 챔피언십은 KLPGA 입장에선 비공인 대회이고, KLPGA 선수가 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인되지 않은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는 KLPGA 상벌위원회에 회부된다. 협회는 강경한 분위기여서 징계 수위도 높을 전망이다.

LPGA 측은 “BMW 챔피언십은 골프 강국이자 LPGA 투어 인기가 높은 한국에서 열리는 중요한 대회다. KLPGA 투어와 협력하기 위해 한국 출전 선수를 늘렸고, KLPGA 투어에 인증비도 냈다. 선수 숙박까지 제공하는 등 최대한 양보했다. 그러나 방송사의 중계권은 보장할 수밖에 없어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한 골프 관계자는 “KLPGA가 생중계권을 달라고 요구한 것은 LPGA와의 관계를 끊기 위한 명분쌓기용”이라고 해석했다. 같은 기간 열리는 KLPGA투어 대회는 상금 15억원의 굵직한 대회다. 최다상금을 내걸고 LPGA 투어에 ‘한 번 해보자’는 도전장을 낸 것과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2018년에도 양측은 갈등을 일으켰다. 그해 10월 LPGA투어 유일의 국가대항전인 UL 인터내셔널 크라운과 KLPGA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 국내에서 동시에 열렸다.

KLPGA 투어는 “남의 땅에서 상의도 없이 대회를 연다”고 반발했다. LPGA 투어는 “3년 전부터 대회 스케줄을 논의하자는 메일을 여러 차례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당시 AGB닐슨 조사 최종라운드 시청률은 LPGA(0.790)가 KLPGA(0.195)의 4배가 넘었다.

작년 기준이라면 BMW 챔피언십에 나갈 수 있었던 KLPGA 투어의 상위권 선수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6월 신설되는 사우디 리그의 갈등과도 흡사한 부분이 있다. PGA 투어는 “사우디 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는 영구 제명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리그 대회에 참가하려던 더스틴 존슨, 브라이슨 디섐보 등을 주저 앉혔다. 그러나 사우디 리그에서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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