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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2050 탄중위' 수술…시민단체 대신 원전 전문가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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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2일 서울 종로구 통이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브리핑 중인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왼쪽)과 김상협 상임기획위원. 인수위사진기자단

12일 서울 종로구 통이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브리핑 중인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왼쪽)과 김상협 상임기획위원.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시킨 '2050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지난 3월 탄소중립기본법이 발효되면서 법정 기구로 신분이 강화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에선 2기 탄중위엔 과학기술 전문가가 대규모로 포함되고, 시민단체 위원들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기존에 없던 원전 전문가가 합류하면서 원전을 반영한 탄소중립 계획 수립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원전 포함 소수정예 전문가 꾸릴 듯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범부처 이행 계획을 총괄하는 탄중위 개편은 대선 전부터 예고됐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기후·에너지 공약 구호를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로 정했다. 원전을 포함한 새로운 탄소중립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해 1기 탄중위가 의결한 '탈원전 탄소중립 시나리오'와는 결이 다르다. 1기 탄중위에 소속된 한 민간위원은 "그동안 원전을 확대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YONHAP PHOTO-2315〉 윤석열,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서 원자력 공약 발표   (경북 울진=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1.12.29   uwg806@yna.co.kr/2021-12-29 15:22:54/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YONHAP PHOTO-2315〉 윤석열,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서 원자력 공약 발표 (경북 울진=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1.12.29 uwg806@yna.co.kr/2021-12-29 15:22:54/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현재 탄중위 민간위원 75명 중 시민단체 출신 위원은 10명이다. 탈원전 정책을 지지했던 환경운동연합, 기후솔루션 등에 소속돼 있다. 대체로 탈원전파인 종교계 위원은 4명, 비영리재단 소속 위원은 2명이다. 인수위는 1기 탄중위에 "시민단체 출신이 지나치게 많고 편향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종교계 출신이 대부분인 국민참여분과가 2기에선 대폭 축소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인수위에 따르면 2기 탄중위는 원전을 포함한 과학·기술 전문가 위주로 꾸려진다. 신속한 논의를 위해 인원은 법정 최소 수준인 50인에 가깝게 줄일 예정이다. 탄중위 2기에 임명될 원전 전문가는 국민의힘 대선 캠프에서 기후·에너지 공약을 다듬었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등이 거론된다. 김상협 인수위 기획위원장은 "새 정부에서는 탈원전이라는 금기를 해체해서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테이블에 올려놓겠다. 가장 최고의 전문가들이 일차적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 민간위원에 누가 임명될지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20년짜리 탄소중립 계획' 나온다

새 정부에서 활동할 탄중위는 1기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 임시자문기구였던 탄중위는 지난 3월 발효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법정 기구로 승격됐다. 이름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 바뀌었다. 사무처는 서울 광화문에서 정부세종청사 옆 건물로 이동할 예정이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법정기구로 승격된 데다 전문가들로 구성되기까지 한다면 탄소중립 정책에 더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2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박성중 간사가 '원전 계속운전 제도 개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2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박성중 간사가 '원전 계속운전 제도 개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2기 탄중위의 주요 역할은 탄소중립 시나리오 경로 수정이다. 지난해 1기 탄중위가 제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원자력 비중을 6~7%로 제한했다. 하지만 2기 탄중위는 원자력을 포함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새로 짜는 역할을 맡게 된다.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기존 원전을 계속 운전하고 새 원전 부지를 최대한 찾는 과정이 포함될 전망이다. 정동욱 원자력학회장은 "이번 임기 내에 새 원자력 부지를 찾는 것도 2기 탄중위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새로 마련된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마련되면 향후 20년을 결정할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 원전을 포함하는 등 탄소중립 경로 수정이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거수기 된다' 우려도

소수 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탄중위가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탄중위는 대통령 소속 기구이긴 하지만 과학에 기반한 탄소중립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독립성 확보가 필수 과제다. 한 시민단체 출신 민간위원은 "우리나라 탄중위는 영국과 달리 대통령 소속이라는 한계가 있다. 대통령이 임명한 전문가들만 모여서 논의한다면 오히려 객관성이 결여돼 '정부의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탄소중립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노들섬 다목적홀 건너편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감축 시나리오 전면 재수립을 요구하며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탄소중립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노들섬 다목적홀 건너편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감축 시나리오 전면 재수립을 요구하며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사회와 소통이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는 "만약 탄중위가 전문가 위주로 구성된다면 시민사회와 어떻게 소통해나갈 것인지도 문제다. 인수위에선 이해관계자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고 하지만 기후변화의 잠재적 피해자인 시민도 주요 당사자다"고 말했다.

한편 1기 탄중위 민간위원들의 임기는 새 민간위원들이 뽑힐 때까지다. 인수위 관계자는 "2기 탄중위 민간부문과 관련된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논의 중이다. 그 전까진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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