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개국 성장률 다 하향 조정" IMF 총재 '우크라 충격파'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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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카네기 국제평화 기금 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IMF 유튜브 캡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카네기 국제평화 기금 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IMF 유튜브 캡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43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각국 경제 회복세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분석이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 세계에 충격파를 보내고 있다”며 “코로나19 여파에서 회복하려는 국가에 중대한 차질을 안겼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런 영향을 다음 주 발표 예정인 IMF의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에서 143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143개국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3%에 해당하는 규모다.

IMF는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1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4.4%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전망(4.9%)보다 0.5%포인트 조정했다. 당시 오미크론 유행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IMF가 한 번 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데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국제 유가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은 영향이 크다. 더욱이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이다.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14일(현지시간) 밀 선물 가격(5월 인도분)은 부셸(약 27.2kg) 당 10.95달러에 거래됐다. 올해 초(7.61달러)보다 43% 급등했다. 같은 날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물 가격은 배럴 당 111.7달러로 연초(78.98) 대비 41.4% 뛰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전쟁 영향으로 올해 일부 개발도상국의 식량 수급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그는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과 일부 라틴 아메리카 국가의 식량 불안에 중대한 우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의 물가 오름세도 IMF의 성장률 전망치 조정에 영향을 준 요인이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5%가 상승하며 4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영국의 3월 CPI 상승률은 7%로 나타났다. 1992년 3월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에너지 가격과 식량 가격이 큰 폭으로 뛴 탓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최근 몇년 간 인플레이션이 많은 국가들에게 명백한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주요국의 중앙은행과 경제 당국자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늘어나는 부채를 억누르고, 필수적인 지출은 유지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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