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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도 비서실장도 경제통…추경호 ‘막내 리더십’ 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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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추경호

추경호

윤석열 정부를 이끌 내각과 대통령실 인선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지휘할 추경호(사진) 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역할에 대한 우려가 일부 나온다. 추 후보자의 위아래로 경제 전문가와 정권 실세가 포진해서다.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는 자타공인 ‘정통 경제관료’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와대 경제수석·정책실장을 지냈다. 둘 다 기재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기획예산처 출신으로, 추 후보자의 행정고시 선배다. ‘경제 원팀’ 세 명 중 추 후보자가 막내뻘이다.

여기에 부동산 정책의 손발을 맞출 국토교통부 장관에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내정됐다. 행정부 서열상으로는 추 후보자가 위지만, 원 후보자가 정권 실세이자 차기 대권 주자라는 점에서 경제부총리의 총괄 조정이 쉽지 않을 거란 시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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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익명을 요구한 한 기재부 국장은 “국무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또는 국토부 장관이 부처 간 의사 조율과 당·정·청 협의 등을 주도하면 경제부총리의 역할이 모호해진다”며 “법적으로 경제정책 조정권을 가진 경제부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가 껄끄러워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기우이며, 오히려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우선 같은 경제관료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한 후보자는 통상, 김 내정자는 예산, 추 후보자는 경제정책으로 주전공이 다르다.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 긴축정책 등으로 대외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는 물가가 4%대까지 급등하고 자영업자와 가계 부채 문제 등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종합적인 경제정책을 마련하고, 위기 대응에 강점을 지닌 추 후보자가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첫 내각 인선 살펴보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윤석열 정부’ 첫 내각 인선 살펴보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제 김 내정자는 지난 13일 “청와대가 일을 하고 정책을 만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청와대는) 지원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기재부 국장도 “국무총리는 경제뿐 아니라 외교·안보·통상 등 다른 국정의 큰 그림을 그리고 정무적인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역학 구조상 경제 컨트롤타워는 추 후보자가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추 후보자는 한 후보자, 김 내정자와 인연이 깊다. 한 후보자가 경제부총리를 역임했을 당시 추 후보자는 재경부 금융정책과장이었고, 김 내정자가 청와대 경제수석이었을 때 추 후보자는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추 후보자 측 관계자는 “두 분(한 후보자, 김 내정자)과는 워낙 오래전부터 가깝게 지내온 사이이고, 원 후보자와도 수시로 접촉하고 있다”며 “더 편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추 후보자가 국회와의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추 후보자에게 더 힘이 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새 정부에서 경제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경제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문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 정부에서 수시로 경제부총리 패싱이 벌어지다 보니 정책 엇박자가 나타나면서 시장의 혼란은 가중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논의 과정에서는 서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되, 결정된 뒤에는 경제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줘 한목소리를 내야 경제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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