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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검수완박, 민변도 우려했다…"힘없는 사람들만 피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중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시도에 대해 공개 반대했다. 장애인‧재심 전문 인권 변호사들은 SNS를 통해 “피해가 힘 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진보 성향 변호사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국민에게 불편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YTN 과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추진중인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두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 신분을 가진 검찰에 비해 경찰이 권력을 훨씬 잘 따르지 않겠는가”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뉴스1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YTN 과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추진중인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두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 신분을 가진 검찰에 비해 경찰이 권력을 훨씬 잘 따르지 않겠는가”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뉴스1

변협 “정권 교체기에…빈대 밉다고 집에 불 놓나”

변협은 12일 “국민의 권익보호를 외면하는 극단적 검수완박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변협은 변호사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법정 단체다.

변협은 “검수완박은 국가의 형사사법 체계를 다시 설계하는 중대 사안으로, 국민적 합의를 선행해야 하는 만큼 정권 교체기에 서둘러 추진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분명히 반대한다”고 했다.

변협은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단행한 검경수사권 조정(2021년 1월 시행) 이후 “기대와 달리 수사 현장에서는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사건 처리 지연 ▶사건 적체 ▶ 고소장 접수 거부 ▶타 경찰관서로 사건 넘기기 등이다.

그러면서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도 범죄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권리 구제에도 더 악화된 환경”이라며 “명분도 없고, 국민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상당기간 형사사법 시스템에 큰 공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국민적 공감대 없이 반세기 이상 형사사법의 기본 축을 맡아온 검찰을 일체의 수사에서 배제하는 것은 빈대가 미워 집에 불을 놓는 격”이라고도 꼬집었다.

박준영 “1번 찍었지만 검수완박 피해 힘 없는 사람들에게”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등에서 억울한 사법 피해자들을 변호한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검수완박’은 그 피해가 힘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제도의 흠과 모순의 불이익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하루가 아쉬운 고소사건의 피해자, 하루라도 빨리 질곡에서 벗어나고픈 무고한 피의자에게 신속한 사건처리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도 했다.

검찰개혁 이후 경찰의 사건처리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서울변회 설문조사 결과 ▶경찰의 사건 회피 (고소 취하 종용, 고소장 선별 접수 등) ▶ 신종 분야나 어려운 법리의 경우 수사력 미달 ▶ 수사지연‧사건 적체 등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공수처에 대해서는 “무능하고 불공정하다는 비판에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박 변호사는 소외받고 서러운 사람들의 편이 되어주리라는 믿음에서 ‘1번’(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을 찍었는데 “‘검수완박’은 그 피해가 힘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이 모순을 그냥 지켜볼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추진 배경에 대해 “검찰 수사로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는 게 두렵기 때문이 아닌지, 자신을 상대로 진행된 검찰 수사에 대한 반감은 아닌지, 검찰개혁에 강경한 입장인 당원들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확대의 목적은 아닌지”라고 지적했다.

박준영 변호사. [캡처]

박준영 변호사. [캡처]

김예원 “장애인·아동 가장 취약한 피해자는 어쩌라고 이러냐”

장애인‧아동 등 취약한 범죄 피해자를 공익 변호해온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은 법이 어떻게 변하든, 비싼 변호사 사서 요리조리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다”며 “제가 지원하는 장애인, 아동 등 가장 취약한 상황의 피해자들은 대체 어쩌라고 이렇게 하십니까”라고도 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전에 서민들에게는 경찰 수사가 부족해도 검찰의 보강 수사라는 두 번째 기회(second chance)가 있었지만 지금은 고작 두세 줄 허접한 불송치 이유서를 받는다”고 적었다. 이어 “보완수사하라고 (검경이) 핑퐁 몇번만 하면 1년씩 지나가는 건 일도 아니다”며 “이러면서 제일 이득을 보는 사람은 바로 '범죄자'"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경찰이 무능하고 검찰이 잘하니까 검찰이 수사하라 이런 말이 절대 아니다. 이건 형사사법 '국가' 시스템”이라며 “제발 형사사법체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더 망가뜨리지 말아주세요”라고 했다.

민변 “방향 옳더라도 충분한 시간 갖고 추진해야”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며 ‘검찰개혁’ 목소리를 내왔던 민변조차 신중론을 폈다. 민변은 “검경수사권조정 및 공수처 등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검수완박이 아무리 올바른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도 ‘검찰개혁 관점에서 본 '검수완박'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연다. 참여연대 역시 “지금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안착시키는 것이 먼저”라며 “검찰개혁 관점에서 수사기소 분리는 논의될 수 있지만, 이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제도, 기관을 포괄하는 대단히 복잡한 영역인 만큼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전 한국형사법학회장들을 비롯한 여러 원로 형사법학자들도 “검수완박의 문제는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변경하는 것”이라며 “70년 이상 운영해오면서 실무가 정착해온 제도의 근간을 변경하려면 그 문제점과 보완책까지 완벽하게 마련되었다고 확신할 수 있을 단계에 이르러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변호사 공익단체 착한 법 만드는 사람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등도 일제히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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