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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도 몰랐다…경호원만 대동한채 모교 깜짝 방문한 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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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지나다 들렀습니다.”

지난 9일 오후 3시쯤 모교인 서울 대광초등학교를 ‘깜짝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과 마주친 교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갑자기 나타난 윤 당선인을 보고 놀란 교사가 “교장선생님께 연락을 드리겠다”고 하자 윤 당선인은 손사래를 치며 “그냥 계시라”고 마다했다고 한다. 당시 학교 기념품을 파는 행사를 열고 있던 학교 관계자들을 배려한 조치였다.

윤 당선인의 대광초 방문은 별도의 사전 조율 없이 진행됐다. 윤 당선인은 검은색 점퍼를 입은 평상복 차림으로 경호원만 대동했다. 당선인 비서실도 방문 사실을 사후에야 연락받았다고 한다. 이현숙 대광초 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도 학교 행사를 챙기느라 윤 당선인을 보지 못하고 나중에 방문 사실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9일 모교인 서울 대광초에서 열린 '학부모회 주관 1학년 굿즈 행사'를 비공개로 방문, 실내화 가방에 메시지를 적고 있다. 이날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가방 두 개를 직접 구입 했다(독자제공).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9일 모교인 서울 대광초에서 열린 '학부모회 주관 1학년 굿즈 행사'를 비공개로 방문, 실내화 가방에 메시지를 적고 있다. 이날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가방 두 개를 직접 구입 했다(독자제공). 뉴스1

윤 당선인은 10여분간 학교 곳곳을 둘러보며 학교 학부모, 후배들과 대화를 나눴다. 윤 당선인은 “운동장 벽을 골대 삼아 축구를 했다. 공을 차면 학교 담이 낮아 (학교 주변의) 성북천으로 날아가 주우러 다녔다”는 추억을 말했다고 한다. 또 “학교 운동장에 물을 (뿌린 후) 얼려주셔서 스케이트 타던 기억이 난다”는 얘기도 전했다.

학교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행사장에서 대광초 학부모회 관계자가 ‘대광’이 써진 에코백을 소개하며 “하나에 1만원”이라고 하자 윤 당선인은 “그럼 10개를 달라”고 말했다. 학부모가 가방에 싸인을 부탁하자 윤 당선인은 선선히 펜을 들고 ‘대광의 어린이들 씩씩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글씨체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자, 윤 당선인은 “우리 어릴 적에는 글씨를 잘 쓰게 가르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현장에서 만난 어린이들과 사진을 촬영한 윤 당선인은 “행사를 잘 치르라”고 당부한 후 별도 배웅없이 자리를 떴다.

윤 당선인은 대광초 4회 졸업생이다. 윤 당선인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고 이창로 대광학원 명예이사장과의 인연으로 이 학교에 입학했다고 한다. 대광초는 1966년 개교 당시 소규모로 학급이 편성돼 입학부터 졸업까지 6년을 함께 다닌 친구들끼리는 소소한 개인 사정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윤 당선인 대광초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반에 60명, 한 학년이 180명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윤 당선인의 대광초 학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간사인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윤 당선인의 50년 지기다. 그는 윤 당선인의 외교안보 분야 ‘과외교사’로 꼽히며 새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밑그림을 주도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지난달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을 때 김 전 차관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기도 했다.

대광초 1년 후배인 고진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장은 디지털플랫폼정부TF 팀장으로 인수위에 합류했다. 고건 전 국무총리 아들인 고 회장은 대선 캠프 합류 직후 “어려서부터 친분이 있는 윤 당선인으로부터 직접 권유를 받아 선대위에 합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2분과 인수위원인 왕윤종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윤 당선인의 대광초 2년 후배다. 대선 기간에는 새시대준비위원회 공약지원본부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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