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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실기론 재점화?…불러드 "올해 기준금리 3.5%까지 올려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물가 잡기에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실기(失期) 논란이 다시 재점화될 모양새다. 외부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왔지만, Fed 내부에서도 이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인 건 Fed 내 대표적인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불러드 총재는 7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대에서 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Fed는 하반기까지 계속 더 크게 움직여야 한다”며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3.5%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올해 남은 6번의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매번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해야 달성 가능한 수준이다.

불러드 총재는 “Fed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의 싸움에서 뒤처져 있다”는 작심 발언도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Fed의 물가 목표치인 2%의 3배에 달하고 있다”며 “이것보다 앞서기 위해서 우리가 하반기에 거기(기준금리 3.5%)에 도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안에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 6일 공개된 3월 FOMC 정례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불러드 총재 외에도 다수의 참석자가 3월에 0.5%포인트 인상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단기적인 변수를 고려해 0.25%포인트를 인상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블러드 총재가 주장하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는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공격적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 Watch)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연말 금리를 연 2.5~2.75%로 예상하고 있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단 우려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걱정도 깔려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해서 불러드 총재는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의 경기 확장은 오래되지 않았고 앞으로 더 지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 시장이 견고한 상황이고 미국의 실업률은 올해 말 3%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며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올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8%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대폭 인상하더라도 여전히 중립 금리 수준 아래에 있게 될 것”이라며 “Fed가 경기 침체를 일으킬 것이란 시장의 전망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립 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상태의 금리 수준이다.

인플레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그동안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리 인상 등과 관련한 Fed의 실기(失期)논란이 이어졌다. 인플레와 관련한 경고를 이어온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23일 “인플레이션 전망이 상당히 암울하다고 본다"며 "Fed가 상당히 뒤처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머스는 “Fed가 물가 급등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Fed가 경기 둔화를 촉발하지 않고 통화 긴축과 인플레이션을 옥죄는 것에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착륙에 대한 경고를 던지기도 했다.

이런 우려는 서머스만의 시각은 아니다. CNBC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의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 역시 지난달 30일 "Fed가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다"며 "인플레이션 위협과 우크라이나 발 지정학적 긴장으로 미국 경제는 경착륙을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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