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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이양기, 격랑의 한반도 정세]박근혜 땐 핵실험, MB·문재인 땐 미사일 발사…북, 한국 정권 교체기마다 도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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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2호 08면

SPECIAL REPORT 

한국에서의 새 정부 출범을 전후로 북한이 군사적 도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한은 2000년 이후 진보·보수 정부 구분 없이 한국의 정권 이양기마다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쏘는 등 크고 작은 무력시위를 벌여 왔다. 새로 들어설 정부의 대북 대응 기조를 시험하는 동시에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강도를 한껏 끌어올리며 대남·대미 협상력을 최대한 높이려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단순히 협상용이나 시선을 집중시키려는 차원을 넘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뒤 박근혜 정부 출범을 13일 앞둔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새해 국정 연설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능력을 선보인 지 두 달 만에 이날 핵실험까지 단행하며 한반도 핵 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청와대에서 박근혜 당선인과 긴급 회동을 추진했다. 정권 이양기에 발생할 수 있는 안보 공백을 차단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행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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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북한은 10년 만에 진보 정부가 들어선 2017년에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 달 연거푸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정부 출범 나흘 만인 5월 14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한 데 이어 21일엔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형을, 27일엔 대공미사일 번개-5형을 잇따라 쏘아 올렸다. 이틀 뒤엔 스커드 개량형 단거리탄도미사일도 발사했다.

당초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며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곧바로 북한이 무력행사에 나서자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주재하며 ‘단호한 대응’을 지시했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순풍이 불어올 듯하던 남북관계가 정권 초기부터 얼어붙는 분위기였다.

2000년대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은 2008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지 한 달여 만에 서해상에서 옛 소련제 스틱스 함대함 단거리미사일 3발을 쐈다. 북한이 함정에서 함대함 미사일을 쏜 것은 8년 만이었다. 전문가들은 4·9총선과 한·미 정상회담 등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이 의도적으로 한반도 긴장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한 노무현 정부 출범을 앞두고도 북한의 도발이 잇따랐다. 2003년 1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전격 선언하며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북한은 노 전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인 2월 24일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취임 직후엔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며 한반도 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이때를 시작으로 2000년 이후 한국의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한 번의 예외 없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반복된 셈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의 무력 도발이 정권 교체기마다 발생하다 보니 정부나 국민이 도발에 만성화되면서 자칫 긴장의 끈을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향후 5년간 북한 이슈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에 대한 치밀한 전략과 구체적인 전술을 가다듬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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