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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이양기, 격랑의 한반도 정세]대통령 직속 NSC, 총리가 주도 ESC 투트랙으로 갈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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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2호 10면

SPECIAL REPORT 

청와대와 세종로 외교부 청사가 한눈에 보이는 광화문 전경. 윤석열 정부에서는 컨트롤타워 등 외교안보 체계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연합뉴스]

청와대와 세종로 외교부 청사가 한눈에 보이는 광화문 전경. 윤석열 정부에서는 컨트롤타워 등 외교안보 체계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연합뉴스]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에 접어들면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도 문재인 정부 때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북한 미사일 대응 등 전통적 개념의 안보 라인은 유지하되 이와 별도로 경제와 안보를 원팀으로 하는 ‘경제안보’ 라인이 새롭게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제조 기술을 외교 지렛대로 활용해 국내외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외교안보 라인이 투트랙으로 가동될 경우 전통적 안보 라인은 청와대가 주도하고 경제안보 라인은 국무총리가 사령탑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안보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경제와 안보가 하나가 된 시대에 우리 경제의 역동적 혁신 성장을 저해할 리스크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경제안보를 거듭 강조했다. 경제와 외교안보를 분리해 접근할 경우 미·중 패권 경쟁 등 돌발변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힘들다는 게 윤 당선인과 인수위의 평가다. 인수위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고 미국에 수출하지 않으면 먹고살지 못하는 우리 현실에서 국민에게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선택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수위는 지난달 29일 총리실 업무보고 때 경제안보 정책을 이끌 정부 조직을 신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리실 직속으로 꾸려질 신흥안보위원회(ESC)가 경제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대신 북핵 위협 등 전통적 안보 현안은 대통령 직속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지금처럼 전담하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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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인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ESC 설치를 두고 인수위 내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안보 측면을 고려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직속으로 편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윤 당선인의 청와대 슬림화 기조를 고려해 대통령 직속 기구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는 후문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경제안보가 특정 부처와 분야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경제·산업·환경·의료 등 여러 부처 간 협조와 업무 조율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내각을 이끄는 총리 산하에 두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ESC가 경제안보의 ‘원톱’으로 부상하면서 현 정부에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를 맡았던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조직 개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ESC가 총리 직속으로 설치될 경우 안보실 2차장과 평화·외교·통일비서관 등은 ESC로 흡수되거나 조직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외교부도 ESC 신설에 맞춰 대외 교섭의 총괄 조직으로 업무 기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통상 기능을 이관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데도 “통상이 곧 외교”라는 윤 당선인의 인식이 적극 반영됐다는 전언이다. 외교부도 지난 24일 인수위 업무보고 때 통상 기능이 2013년 산업부로 이관된 뒤 발생한 문제점을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발생한 요소수 부족 사태가 대표적이다. 외교부가 확보한 해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중국 측과 협상했다면 초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란 게 외교부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가 통상 기능을 다시 가져갈 경우 ESC와 외교부의 업무 중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선대본부에서 활동했던 전문가는 “통상 분야는 산업부·기획재정부·농림부·국방부 등 주요 부처 업무가 맞물려 있는 분야”라며 “경제안보 수장이 쥐어야 할 통상 기능을 외교부나 산업부 등 특정 부처가 전담하도록 하면 부처 간 이권 다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통일부 기능 조정 측면에서도 문재인 정부와 크게 차별화될 전망이다. 청와대가 대북 정책을 주도하고 통일부는 외교부·국가정보원 등 관련 부처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제 역할을 못했던 현 정부의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는 게 윤 당선인의 구상이다. 인수위도 지난달 23일 통일부 업무보고 때 그동안 외교가에 떠돌던 통일부 폐지 가능성을 일축한 뒤 대신 남북 교류 협력과 인도주의 노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통일부의 원래 기능을 복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대 정부마다 핵심 정보 라인으로 꼽혀온 국정원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사이버 안보 대응에 역량을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원 개혁을 강조하며 국내 정보 담당관인 IO(Intelligence Officer)를 폐지했다. 2020년엔 방첩 등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국정원법 개정안까지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정원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그런 가운데 윤 당선인도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게 인수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윤 당선인이 2013년 서울중앙지검 검사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이끌며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에 따라 인수위도 전통적인 정보 수집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공공 부문의 사이버 보안 업무를 강화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정원 업무보고 때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보 공백을 막기 위한 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됐다고 한다.

윤 당선인 주변에선 사이버 보안을 전담할 조직을 별도로 설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공 부문은 국정원, 군은 국방부, 민간 부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각각 사이버 안보를 맡고 있다 보니 통합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사이버 안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미국 등 우방국과의 공조도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칭 ‘국가사이버안보청’을 만들어 국제 해킹 공세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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