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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이양기, 격랑의 한반도 정세]중국 의존도 줄일 경제 협력 다각화…일본과는 민·관 분리 접근이 현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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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2호 0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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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중국·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들과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적잖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그동안 중국과는 상호 존중 외교를, 일본과는 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더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한·미동맹에 보다 무게를 싣겠다”며 한·미 관계를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25일 윤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전화 통화도 당선 축하 목적으로 이뤄졌지만 이날 발언에는 양측의 기본 입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는 평가다. 윤 당선인은 북한이 전날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해 “한반도와 역내 긴장이 급격히 고조돼 국민적 우려가 크다”고 했고, 시 주석은 “양국은 움직일 수 없는 영원한 이웃이자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며 한·중 관계 안정화와 세계 공급망 문제 등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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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언뜻 보면 서로 협력을 강조하는 모양새였지만 양측 모두 가장 우려하는 사안을 첫 통화에서 꺼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윤 당선인은 북한의 도발을, 시 주석은 미국 견제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는 점에서다. 향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추가 도입과 ‘쿼드(Quad)’ 참여, 3불 정책 등을 둘러싸고 양국 관계가 만만찮게 전개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재정립 예고한 한·중 관계=전문가들은 한·미 관계 강화가 한·중 관계 악화를 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도 한·중 협력의 현실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드 추가 배치나 미사일 방어(MD) 체계 편입 등 군사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쉽게 결정하진 않을 것”이라며 “이는 실용주의를 내세운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에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양국이 적대적으로 가선 안 되지만 적어도 대통령이 베이징에 가서 혼밥하는 외교적 무시를 당해선 안 될 것”이라며 “외교적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여 중국의 영향력을 점차 축소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대중 외교가 위축되는 이유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때문으로, 중국이 압박하면 국민감정이 악화되고 양국 관계도 나빠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남방정책 등 경제적 협력을 다각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 개선되나=강제징용 배상, 위안부 문제, 역사 왜곡 등 걸림돌이 산적해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28일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양국 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밀어붙이면 대화를 통해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장 일본에서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지키는 게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게다가 일본과의 외교 마찰은 중단 없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 29일에도 외교부는 “우리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한 허황된 주장이 담긴 교과서를 일본 정부가 또다시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는 성명을 냈다.

해묵은 갈등 해결을 위해 윤 당선인은 정상 간 셔틀외교부터 복원해 해법을 찾겠다고 했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한·일 관계가 조만간 정상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일 관계의 가장 모범적인 시기는 김대중 정부 시대였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비롯해 당시엔 북한을 포함해 중국·일본과도 모두 친밀하게 지냈던 시기였다”며 새 외교 사령탑이 당시 외교 정책을 참고할 것을 당부했다.

양 교수는 한·미·일 군사 협력을 경계했다. 그는 “새 정부가 한·미 군사 협력을 넘어 일본과의 군사 협력까지 추진할 경우 찬반 논란이 거세지면서 또 다른 편 가르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정부와 민간을 분리해 투 트랙으로 가는 게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라며 “반일 감정 등이 정치와 맞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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