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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불가침선언 수용/정부내서도 신중론 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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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충분한 검증 거칠 필요 불가침선언/서둘면 북에 말릴 우려 정상회담
남북간 최대현안으로 등장한 불가침선언과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우리측의 방침결정을 앞두고 정부내에 이견이 심각하다.
이같은 이견대립은 2차 고위급회담 이후 관계자간 전략회의나 관계자의 발언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는데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노태우 대통령 주변에서는 북측 제안의 적극 수용과 정상회담 조기추진을 주장하는 반면 고위급회담 대표 일부,통일원 등 관계부처와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신중론으로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견대립은 24일 오전 강영훈 국무총리가 3차회담 전략마련을 위해 남북관계 전문학자 6명을 초청해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뚜렷하게 표출됐으며 앞으로 정부방침 결정에 구체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부측에서 강 총리ㆍ홍성철 통일원 장관 등 총리실ㆍ통일원관계자들이,각계에서 강인덕 극동문제연구소장,한승주(고대)ㆍ정용석(단국대)ㆍ이상우(서강대)ㆍ정종욱(서울대)ㆍ하영선(서울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대부분의 교수들은 ▲단순한 선언적 조치인 불가침선언을 채택하기 앞서 상호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고 무력감축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선행되어야 하며 ▲북한이 대남 혁명노선 포기ㆍ대남 적대행위 사과 등 확실한 태도변화를 보일 때까지 정상회담 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참석자는 『현재 청와대를 중심으로 3차회담에서 불가침선언을 수용해 남북정상회담이 조속히 이루어지도록 분위기를 만들자는 주장이 적극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같은 추진론에 대해 남북문제 전문가ㆍ학계에서는 비판적 의견과 우려가 많으며 간담회에서도 이런 의사가 집중적으로 개진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참석자는 『특히 정상회담에 대해 시대의 흐름과 한반도 역학이 우리측에 유리한 상황에서 북의 변화를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정상회담을 「구걸」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6공정부가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론이 있다』는 점을 지적,불가침선언의 효력이 발생하려면 적어도 주변국의 보장,유엔 동시가입을 통한 국제사회의 담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다고 밝혔다.
참석자에 따르면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6ㆍ25남침,아웅산사태,KAL기 폭파 등 반민족적 행위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성급히 추진하는 것은 우리의 국민감정에도 위배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불가침선언에 대해 『이는 구속력이 없는 단순한 선언적 조치이므로 이에 앞서 상호 군사정보 교환,부대이동 및 훈련공개,공세적 전력의 후방배치 등 군사신뢰가 보장될 수 있는 실질적 규제조치를 북측으로부터 받아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참석자는 『고위급회담 대표단과 통일원 등 남북문제 전담부처에서도 정상회담ㆍ불가침선언에 대해 우리가 좀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듣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25일 『정상회담을 빨리 갖기 위해 불가침선언 합의를 서두르는 것은 무리』라며 『고위급회담에서 북측이 제안한 불가침선언의 내용과 의도를 철저히 따져 확실한 무력 불사용 검증장치를 받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평양회담이 끝난 직후 청와대측은 이홍구 정치특보ㆍ김종휘 외교안보보좌관 등을 통해 ▲북측도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음이 감지됐고 ▲이같은 분위기에서 남북정상회담이 빠르면 내년중에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 청와대가 정상회담과 이의 실현을 위한 고위급회담 현안타결을 적극 추진하고 있음을 여러 차례 암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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