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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 값 24년만에 최고, 시작은 멕시코 마약상 전화 한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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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현지시간) 멕시코의 한 농장 관계자가 아보카도를 옮기고 있다. AP=연합뉴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멕시코의 한 농장 관계자가 아보카도를 옮기고 있다. AP=연합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협박 전화 한 통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아보카도 인플레이션’에 불을 붙였다. 협박 전화를 받은 미 농무부가 직원 보호를 위해 일주일 가량 아보카도 수입 중단 조치를 단행하면서 ‘물량 부족’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이미 뛸 대로 뛴 멕시코산 아보카도 가격은 24년 만에 최고가로 치솟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멕시코 미초아칸 주(州)에서 생산하는 아보카도 가격은 9㎏ 상자당 760페소(약 4만6000원)를 기록했다.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최고가다. 올해 초보다 무려 81%나 뛰었다.

아보카도 가격 급등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이다. 지난달 11일 마약 카르텔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현지에 파견된 미 농무부 산하 동식물검역소(APHIS) 직원에게 협박 전화를 했다. 미 농무부는 현지 직원의 신변 보호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12~18일 멕시코산 아보카도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수퍼 푸드'로 불리며 다른 작물보다 수익성이 좋은 아보카도는 멕시코에서 ‘녹색 황금(green gold)’으로 불린다. 때문에 돈 냄새를 맡은 마약 카르텔이 몰려들어 아보카도 판매 수익을 가로채기 위해 농장주를 협박하거나 납치·살해한 뒤 농작물을 강탈하고 있다. 이른바 ‘아보카도 마피아’의 등장이다. 이들의 범죄가 멕시코 사회 문제로 비화할 만큼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다.

'아보카도 마피아' 나비 효과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미국이다. 수입 물량이 적체되며 물량 부족 우려가 더 커져서다. 가뭄과 폭염 등 이상 기후로 올해 흉작이 예상되는 데다, 공급망 병목현상 여파로 수급이 불안정해진 탓이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올해 멕시코의 아보카도 생산량 전망치는 233만t(메트릭 톤 기준)으로, 1년 전보다 8%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보카도 몸값은 더 뛸 전망이다.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미국에서 소비하는 아보카도의 80% 이상은 멕시코에서 수입한다. 캘리포니아 등 자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은 약 15% 수준에 불과해 멕시코의 생산이 줄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반면 아보카도 소비는 계속 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1인당 아보카도 소비량은 4.08㎏으로 2010년의 배로 늘었다.

데이비드 마가나 라보뱅크 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는 “자국 내 생산으로 미국 내 늘어나는 아보카도 수요를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라며 “공급 측면의 인플레 압력이 아보카도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보카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아보카도를 식재료로 쓰는 외식업계의 비용도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미국의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퍼스트워치 레스토랑 그룹’ 측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당초 예상한 운영 비용의 최대치 수준으로 경비가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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