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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교 교과서에 ‘강제 징용’‘종군위안부’ 표현 지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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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내년부터 일본 고등학교 2학년 이상 학생들이 사용할 역사·사회 교과서에서 ‘조선인 강제 연행’과 ‘종군위안부’와 관련한 표현이 사라진다. 또 일본이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는 다케시마(竹島), 우리의 독도에 대해선 일본 정부 입장만을 기술하는 경향이 한층 강해졌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9일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고 내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이상이 사용할 239종의 교과서가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심사를 통과한 역사 분야 교과서는 총 14종으로, 일본사 탐구 7종과 세계사탐구 7종이다.  이들 교과서는 정부 검정을 거치면서 신청 당시 있었던 ‘강제 연행’ 혹은 ‘강제 징용’ 표현이 삭제됐다. 대신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동원’ 혹은 ‘징용’이란 단어로 수정됐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각의에서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강제 연행, 종군위안부 등의 용어 사용이 부적절하다며 이를 ‘징용’이나 ‘위안부’로 통일하도록 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근거로 이번 교과서 검정에서도 내용을 수정하도록 했다. 짓쿄(実教)출판사 등은 ‘강제 연행’이란 용어를 사용했지만, 정부 지적에 따라 강제성을 배제한 단어인 ‘동원’으로 용어를 교체했다. 다른 5개 출판사 7개 교과서에 조선인 동원에 대한 내용은 모두 실렸지만, 강제 노동을 하도록 했다는 내용을 지웠다. 종군 위안부 역사 지우기도 더해졌다. 일본 정부는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 사죄한 고노 담화(1993년)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교과서상에선 이율배반적으로 ‘종군 위안부’란 단어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도쿄서적(東書)은 종군 위안부 내용과 고노 담화를 실었는데, 지난해 이뤄진 각의 결정 내용을 반영한 뒤에야 검정 심사를 통과했다. 짓쿄출판사 역시 일본사 탐구에서 “많은 여성이 일본군 위안부가 됐다”고 썼지만, 이를 위안부로 수정했다.

독도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본사탐구 7종 교과서 외에도 세계사 탐구 7종 중 2종이 독도 문제를 기술하고 있는데, 모두 ‘고유의 영토’를 주장하며 영토 문제의 일환으로만 기술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및 강제 징용 문제 관련 표현 및 서술이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변경된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일본 정부가 그간 스스로 밝혀왔던 과거사 관련 사죄 및 반성의 정신에 입각한 역사 교육을 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이날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로 구마가이 나오키(熊谷直樹)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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