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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시장 무법천지"…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새 정부 할 일 셋 [Law談-김영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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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번 학기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로 임용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의 형사책임’을 강의 중이다. 얼마 전 학생들에게 ‘한국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새 정부에서 반드시 해결해주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주가를 올려달라거나 공매도를 개선해 달라는 등의 답변들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신분이던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자본시장 공정회복 정책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신분이던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자본시장 공정회복 정책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필자는 그 중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만큼은 새 정부가 책임지고 없애주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개인의 비율은 51.1%로 법인 36.1%, 외국인 12.8%에 비해 높다. (2020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기준) 전체 거래 대금 중 데이 트레이딩 비율도 46.3%에 이른다.(3월 15일 기준) 개인 투자자와 데이 트레이딩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불공정 거래가 움트기 좋은 환경임을 의미한다. 데이 트레이딩의 비율을 낮춰 시장의 질적 선진화를 추구하는 것이 마땅하나 그것은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우선은 시장에 기생해 개인 투자자들을 울리는 불공정 거래를 엄단하는 일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자는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검찰연간증권범죄처리실적.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검찰연간증권범죄처리실적.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첫째, 검찰이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범죄를 더 열심히 수사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검찰은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 특별 영역에서 수십 년간 직접수사를 통해 얻은 세계적 수준의 수사 노하우와 시스템,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검찰개혁 명분으로 지난해 1월 1일 자 개정 형사소송법 등이 시행되면서 검찰의 수사 권한은 대폭 축소됐다. 다행히 자본시장 범죄는 여전히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으로 남아 있으나 수사권 축소 기조에 휩쓸려 검찰의 직접수사는 크게 위축된 상태이다. 특히 2020년 2월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폐지 이후 그럴싸한 검찰의 증권범죄 수사는 전무한 것 같다. 그 사이 한국 자본시장이 깨끗해진 것인지 아니면 불법은 넘쳐나는데 적발하지 못하는 것인지는 각자 판단할 문제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검찰이 수사하든 경찰이 수사하든 그 부분은 큰 관심 사항이 아닐 것 같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되돌릴 것인지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추가 논의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와 상관없이 검찰은 자신이 잘하는 일을 더 잘 해줘야 할 것이다. 새 정부 아래에서는 검찰의 자본시장 범죄 수사가 활발히 전개되기를 바란다.

둘째, 수사 담당자들이 실력을 키워야 한다. 자본시장 범죄는 아주 전문적이다. 수사 관계자들이 기본 개념이나 용어도 잘 몰라 피의자들에 휘둘린다면 그 수사 결과는 보나마나일 것이다. 금융감독원 특별사법 경찰관들도 형사법적 지식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 디지털수사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절차는 무엇인지, 내심의 의사인 고의 입증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서는 법정에서 어떻게 증거로 사용되는지 등 관련 내용을 알아야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자본시장 범죄 담당 수사관들의 인원을 대폭 늘리고 동시에 이들의 분야별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과 포렌식 등 시스템이 한층 업그레이드돼야 할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부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현판식 모습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부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현판식 모습

셋째, 자본시장의 새로운 물결을 민감하게 주목해야 한다. 전통적인 자본시장은 디지털 자산시장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암호화폐에 이어 NFT(대체불가토큰) 등 ‘토큰 이코노미’가 이미 시작됐다. 몇 해 전 정부 관료 중에 암호화폐와 사기를 동일시하는 듯한 소견을 말한 이도 있었다. 현존하는데도 애써 무시한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필자가 변호사가 돼 검찰 밖에서 경험해보니 지금의 코인시장은 흡사 무법천지와 같다. 암호화폐는 금융투자 상품이 아니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시대 변화에 둔감했던 정부 당국자들의 무책임한 현실 인식과 대처가 아쉽기만 하다. 논쟁이 무의미할 정도로 디지털 자산시장은 없어지지 않을 현실이 됐다. NFT는 메타버스 기술과 맞물려 분명히 더 큰 실제가 될 것이다. 디지털 자산시장을 속히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그 속성에 부합한 불공정거래의 규제 근거를 마련하여야 한다.

새 정부는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뚜렷한 리더십과 과감한 혁신으로 흔들림 없이 약속이 실천되기를 기대한다.

로담(Law談) 칼럼 : 김영기의 자본시장 法이야기

 주식인구 800만, 주린이 2000만 시대. 아는 것이 힘입니다. 알아두면 도움되는 자본 시장의 현안을 법과 제도의 관점에서 쉽게 풀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시장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한 제안도 모색합니다. 암호화폐 시장 이야기도 놓칠 수 없겠죠?

김영기 변호사.

김영기 변호사.

※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자본시장법)/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대검찰청 공안3과장/전주지검 남원지청장/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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