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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투자자 울리는 주식 '미공개 정보이용' 의 유혹 [Law談-김영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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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시세조종, 미공개 중요정보이용, 부정거래’를 협의의 불공정거래라고 한다. 협의의 불공정거래 중 시세조종이 가장 빈번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거래소(KRX) 시장감시본부가 적발해 금융위원회에 통보한 실적 통계에 의하면 미공개 중요정보이용은 2019년 57건, 2020년 51건, 2021년 77건으로 시세조종(2019년 20건, 2020년 33건, 2021년 13건), 부정거래(2019년 28건, 2020년 23건, 2021년 10건)를 능가한다. 2019~2021년 협의의 불공정거래 중 약 59.3%가 미공개 중요정보이용인데 그 발생 건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 같다.

개미투자자. 셔터스톡

개미투자자. 셔터스톡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법인의 내부자, 준내부자가 업무와 관련한 중요 정보를 공개 전에 매매 등 거래에 이용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미공개 중요정보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공개 중요정보이용은 호재성 정보로 인한 이익을 노리거나 악재성 정보로 인한 손실을 회피할 의도에서 시작된다. 법률이 미공개 중요정보이용 행위 시 1년 이상의 징역 등에 처하고 이득 액수에 따라 가중 처벌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미공개 중요정보이용이 공정에 반하기 때문이다.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정보의 차별적 접근과 일방적 활용을 방치한다면 자본 시장에 대한 신뢰는 존재할 수가 없다. 미공개 중요정보이용은 상장 법인의 내부자 등에 의해 저질러지므로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에 비해 자본시장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기초적 믿음을 배반한 정도가 더 심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만큼 엄정한 대응이 있어야겠지만 과연 현실이 그런지는 의문이다.

미공개 중요정보이용 행위를 수사할 때 우선 살펴보는 부분은 행위자이다. 법은 미공개 중요정보이용 행위 금지의 적용 대상을 법인의 내부자, 준내부자, 정보수령자로 한정하고 있다. 정보수령자의 경우 판례는 1차까지만 처벌 대상으로 보고 있다. 2차 이후 정보수령자와 같이 행위 주체가 금지 대상이 아니라면 적어도 형사처벌 여부는 더 검토할 필요가 없다.

미공개 중요정보이용 행위의 형사책임과 관련해서는 주로 두 가지가 문제 되는데 하나는 ‘정보의 생성 시기 판단’이다. 정보는 한순간에 확정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서서히 구체화되는 경우도 많아 정보의 생성 시기가 수사와 재판의 쟁점이 되곤 한다. 정보가 생성되기 전에 정보가 생성될 수 있음을 미리 짐작하고 그 정보를 이용해 거래한 행위까지 미공개 중요정보이용으로 포섭하기는 어렵다.

다른 하나는 ‘정보 전달경로의 입증’이다. 그 행위자가 어떤 경로로 해당 정보를 입수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미공개 중요정보이용 수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당사자에 대한 정보 전달의 경로가 불명확하다면 형사책임 추궁의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불공정거래 중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건 미공개 중요정보이용이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불공정거래 중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건 미공개 중요정보이용이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미공개 중요정보이용은 구성 요건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은밀히 이루어지는 바람에 수사기관이 ‘정보의 생성 시기, 정보의 전달경로’ 규명에 실패해 애를 먹는 일이 잦다. 거기에다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심리에서부터 금융감독원의 조사,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고발 등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때까지 거쳐야 할 단계가 많고 소요 시간이 길다는 점도 관련 증거 확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협의의 불공정거래 중 미공개 중요정보이용의 비율이 높다는 점을 언급했는데 한국거래소에서 적발한 미공개 중요정보이용행위가 몇 건이나 실제 처벌로 이어졌는지 알 수가 없다. 통계조차 통합 관리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유관 기관의 기능을 금융범죄수사청으로 통합해 대처할 필요는 여기서도 발견된다.

법인의 내부자 등은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고 싶은 유혹에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보에 가장 근접한 자들이 갑자기 해당 정보와 관련 있는 종목을 거래했을 때에는 그만한 배경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유혹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상식에 기초한 법률 적용과 증거 확보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조사 시스템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

로담(Law談) 칼럼 : 김영기의 자본시장 法이야기

주식인구 800만, 주린이 2000만 시대. 아는 것이 힘입니다. 알아두면 도움되는 자본 시장의 현안을 법과 제도의 관점에서 쉽게 풀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시장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한 제안도 모색합니다. 암호화폐 시장 이야기도 놓칠 수 없겠죠?

김영기 변호사.

김영기 변호사.

※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대검찰청 공안3과장/전주지검 남원지청장/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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