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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집 덮친 '그놈'처럼...CCTV 흐려도 걸음 보고 범인 색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잠자던 연구실 아이디어가 과학치안 현장으로'

CCTV 통합관제센터 이미지. 중앙포토

CCTV 통합관제센터 이미지. 중앙포토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폐쇄회로TV 속 용의자의 걸음걸이만으로 범인을 구분해내는 기술이 상용화된다. 또 인공지능 이용해 학교폭력에 대한 상담과 정보를 제공하는 챗봇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경찰청은 과학치안 관련 연구ㆍ개발(R&D) 성과를 실제 치안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과학치안 공공연구성과 실용화 촉진 시범사업(이하 과학치안실용화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대표적 사례가‘인공지능을 이용한 법보행 분석’이다. 법보행 분석이란 걸음걸이만으로 사람을 구분해 내는 경찰 수사기법이다. 2013년 서울 관악구 남현동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자택에 화염병 던지고 도망한 범인을 잡는데 처음 사용됐다. 당시 주변에 폐쇄회로TV(CCTV) 카메라가 있었지만, 화질이 좋지 못해 범인의 신원을 확정할 수 없었다. 경찰은 걸음걸이를 통해 피의자를 특정해내는 영국의 법의학 전문가 헤이든 켈리 박사에게 CCTV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CCTV 속 범인과 한 용의자의 걸음걸이가 서로 일치한다는 결론을 얻어,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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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법보행 분석의 필요성을 실감한 경찰청은 국내 대학에 연구ㆍ개발(R&D) 과제를 의뢰, 2020년 컴퓨터를 통한 걸음걸이 분석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R&D는 여기서 묻히는 듯했다. 컴퓨터를 이용해 실제 수사에 법보행 분석을 하려면 기술상용화 과정이 필요한데, 연구자가 더 이상의 상용화 연구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이번  과학치안실용화사업을 통해 기존 컴퓨터를 통한 걸음걸이 분석 플랫폼 연구결과를 인공지능과 연결해 분석 결과의 신뢰성과 증명력 확보 및 과학수사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CCTV 솔루션 전문 중소기업 ㈜세오 및 주요 대학과 협업 연구를 통해 기술상용화 수준인 TRL(기술성숙도ㆍTechnology Readiness Level) 8단계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김영창 세오 부소장은“인공지능 기반 법보행 분석시스템은 경찰 수사뿐 아니라 미아 찾기 등 공공수요가 많을 것”이라며“그동안 연구성과에만 머물러 있는 연구 결과를 실제 현장에 적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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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와 경찰청은 법보행 분석시스템 외에도 ▶학교폭력 정보제공형 챗봇 개발 ▶저고도 무인기 대응 통합솔루션 개발 등 세 과제의 기술상용화를 위해 향후 2년 동안 총 36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뇌파를 활용한 진위 여부 판별 검사기법 및 장비 개발 ▶양자기술 기반 보안 문제 차단 IP카메라 개발 ▶영상분석 기술기반 교통단속 장비 및 운영 플랫폼 개발 등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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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정 과기정통부 연구성과일자리정책과장은“그동안 적지않은 공공 R&D가 연구성과에만 머물러 있어‘R&D 패러독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기술 수준(TRL) 5~6단계에 머물러 있는 기술을 잘 발굴하면 과학치안 등 사회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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