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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러, G20서 퇴출해야"…G7 "러 핵·생화학무기 위협 경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러시아를 주요 20개국(G20)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일본 G7 정상들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을 하겠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러시아 원유·가스 수입 금지에 관해선 유럽 국가들 간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등 대러 제재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24일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EPA=연합뉴스

24일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EPA=연합뉴스

바이든 "러, 생화학무기 사용시 나토가 대응"    

로이터통신·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G20에서 퇴출당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내 대답은 '그렇다(yes)'이다. 이는 G20에 달렸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인도네시아나 다른 나라들이 러시아의 (G20) 퇴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가 G20 회의에 참석해 참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G20 회의에 러시아가 참석한다면, 전쟁 상대국인 우크라이나를 G20회의에 참관자 자격으로라도 참여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미국과 서방 동맹이 러시아를 G20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소식이 외신 보도를 통해 전해진 바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G20 회의에 참석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G20은 주요국이 세계 경제 현안 등을 논의하는 국제 협의체로, 올해 G20 정상회의는 오는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이후 2014년 주요 8개국(G8) 체제에서 퇴출당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G7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G7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악시오스, NPR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나토가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나토의 구체적인 대응 방식에 대해선 "대응의 성격은 사용의 유형(러시아의 도발 유형)에 달려 있다"며 "우린 그때 가서 (대응 방식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나토의 우크라이나전 군사 개입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지만, AP통신은 바이든의 이 발언과 관련 "추후 백악관 관리가 '이것이 우크라이나에서의 직접적인 군사 행동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의미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병력 투입은 하지 않고 있다.

서방은 계속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를 쓰려는 명확한 징후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지난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만약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그에 따른 결과가 있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며 중국을 향해서도 재차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인도적 지원에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 등을 추가로 지원하고, 최대 1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 난민의 입국을 환영하겠다고도 밝혔다.

G7 정상들 "러, 핵무기·생화학무기 위협 경고" 

G7 정상들은 회의 후 성명을 통해 "우리는 생화학무기, 핵무기 또는 관련 물질 사용에 대한 어떤 위협도 경고한다"며 "러시아는 국제 조약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G7 정상은 또 "러시아가 저지른 전쟁 범죄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대한 공격과 인도주의적 접근 거부는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와 그 주변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오는 난민을 환영하겠다고 했다. 이들 정상은 또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협력해 나가겠다고도 전했다.

또 이날 30개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동유럽 병력 증강과 우크라이나를 사이버 안보, 생화학무기와 핵 위협 등에서 보호하기 위한 장비 등 제공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나토, G7 정상회의 등에 화상으로 참여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새로운 지원 약속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더 많은 무기 등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 G7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 G7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 에너지 금수 조치엔 '이견'...러 G20 퇴출도 미지수     

다만 일각에선 유럽의 대러 제재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선 러시아 원유와 가스 수입 금지 제재를 놓고 입장이 갈렸다. 라트비아의 아르투르스 크리스야니스 카린스 총리는 "에너지 제재는 EU가 검토해야 할 진지한 선택지"라며 "푸틴의 금고로 돈이 유입되는 것을 막는 즉각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독일 등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전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갑자기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면 독일과 유럽 전체가 불황에 빠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은 대러 제재 일환으로 러시아산 원유·가스 등 수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유럽은 이런 입장 차이로 이런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등 나토 정상회의 참석자들이 24일 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 등 나토 정상회의 참석자들이 24일 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또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보내지 않을 것이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러시아의 G20 퇴출'도 비서방 회원국들의 반대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선 올해 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는 "G20 회의에 모든 회원국을 초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타라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G20 정상회의 공동 준비위원장 디안 트리안샤 자니는 24일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공정성과 중립을 유지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모든 회원국을 초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와 가까운 중국도 G20에서의 러시아 퇴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G20의 중요한 회원국이며 어떤 회원국도 러시아를 퇴출할 권리가 없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주재 러시아 대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계획"이라며 참석 강행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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