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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윳값이 왜 이래…휘발유보다 비싸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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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경유 가격이 고공 행진 중이다. 2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 유럽 내 경유 공급이 부족해서다. [뉴스1]

경유 가격이 고공 행진 중이다. 2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 유럽 내 경유 공급이 부족해서다. [뉴스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특히 경유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생업에 경유차를 주로 이용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초 L당 1200원대였던 경유 가격은 올해 들어 1400원대로 올랐고, 이달에는 1900원대까지 치솟았다. 24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가는 이날 오후 기준 1918.92원으로, 휘발유 가격(2001.81원)과 83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서울 지역 평균 경윳값은 2000.4원을 기록하며 2008년 이후 14년 만에 2000원을 넘어섰다.

보통 경윳값은 휘발윳값보다 L당 200원 정도 저렴했는데 최근에는 가격 차이가 80원대로 줄었다. 일부 주유소에선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역전’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날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주유소의 경유 가격은 L당 2450원으로 휘발유(2428원)보다 22원 더 비쌌다.

경유 가격이 이렇게 오른 건 유럽을 중심으로 경유가 품귀 현상을 보여서다. 유럽연합(EU)이 들여오는 경유의 약 20%(2019년 기준)가 러시아산인데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산 경유 수입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휘발유·경유 평균 판매가격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휘발유·경유 평균 판매가격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에 따라 최근 유럽에서 경유 가격이 급등했고 그 영향이 아시아까지 미쳤다. 2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시장에서 자동차에 쓰이는 국제 경유(0.001%) 가격은 배럴당 147.77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초 100달러대였다가 이달 9일에는 180.97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시행한 유류세 20% 인하 조치로 경유와 휘발유 가격 격차가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로 휘발유에 부과하던 세금은 L당 820원에서 656원으로, 경유의 경우 582에서 466원으로 줄었다.

유류세 인하 후 좁혀진 휘발유·경유 가격 차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유류세 인하 후 좁혀진 휘발유·경유 가격 차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유류세 인하 시행 전날인 지난해 11월 11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1810.16원)에서 차지하는 세금 비중은 45%, 경유 가격(1605.64원)에서 세금 비중은 36%로 두 유종의 가격 차는 204.52원이었다. 하지만 23일 기준 휘발유 가격(2001.72원) 중 세금 비중은 33%, 경유 가격(1918.25원) 중 세금의 비중은 24%로 낮아졌다.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차이는 83.47원으로 줄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008년 유류세 인하 조치 당시에도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앞선 적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가격 역전 현상이 고착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유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며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운송업 종사자들의 타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국내 운행 차량 2600만 대 중 약 38%인 1000만 대가 경유차다. 화물업계는 경윳값 폭등으로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는 “유가 대책에 화물 노동자를 포함하고 유가연동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를 전 차종으로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화물업계에 따르면 평균 운송료의 30% 이상이 유류비로 지출된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경유는 휘발유보다 유류세 인하 혜택이 적어 향후 더 급한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다”며 “유류세 인하율을 법정 최대치인 30%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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