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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궁지 몰린 푸틴, 생화학무기 쓰려고 작전짜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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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비지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를 쓰려는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비지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를 쓰려는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를 쓰려는 "명확한 징후"가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의 생화학전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도 직접 이런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궁지에 몰린 푸틴…명분 만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비지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궁지에 몰린 상태"라며 "그들은 미국에 있는 우리가 유럽에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포함해 '새로운 가짜 깃발 작전'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생화학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푸틴 대통령이 생화학무기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는 명확한 징후"라고 말했다.

가짜 깃발 작전은 상대방이 먼저 공격했다는 거짓 주장을 하면서 공격 빌미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 이런 작전으로 공격 빌미를 만든 것처럼 또다시 거짓말을 퍼뜨린 후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미 정보당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황을 포착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지난 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 등 서방이 동유럽과 우크라이나에서 비밀 생물 무기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우크라이나가 키이우·하르키우·오데사 등지의 실험실에서 병원균을 퍼지게 하기 위해 새와 박쥐를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러시아의 이런 주장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완전 헛소리”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일축해왔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러시아가 물을 진흙탕으로 만들어서 본인들이 화학무기에 관여하는 것으로부터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법으로 금지…"푸틴 숙적 제거에 사용"

생화학무기는 국제법으로 금지된 무기다. 러시아는 1997년 화학무기금지조약(CWC)에 가입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소련 시절 생화학무기를 보유했던 러시아가 최근까지도 푸틴 대통령의 정치 숙적들에 대한 암살 시도에 불법 화학무기인 신경작용제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서방 정보기관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BS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가 느려 푸틴 대통령이 생화학무기 같은 극단적인 전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BS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가 느려 푸틴 대통령이 생화학무기 같은 극단적인 전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서방에선 이번 전쟁에서도 러시아가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서기와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그는 미 CBS방송 인터뷰에선 "푸틴 대통령이 생화학무기, 핵무기, 사이버 공격 등 극단적인 전술에 의존하려는 조짐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군의 진격이 더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히피 영국 국방부 정무차관도 BBC에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하리란 고급 정보를 파악했다"며 "화학무기 사용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비열한 방식이란 점을 푸틴 대통령이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가 실제로 생화학 공격을 단행할지는 미지수다. 화학무기의 효과가 예측 불가능하고, 다른 무기에 비해 비용이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미 육군 화학부대 소속 군인이었던 댄 카세타는 이코노미스트지에 "화학무기는 전쟁에서 판도를 바꿀 만큼 효과적이지 않다. 현대 재래식 무기가 평균적으로 더 치명적이고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2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존 설리번 주러 미국 대사를 초치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양국 관계를 파탄 직전까지 몰고 갔다"고 항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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