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군이 버리고 간 우라간 로켓, 우크라가 재활용해 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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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러시아군의 탱크가 버려져 있다. [트위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러시아군의 탱크가 버려져 있다. [트위터]

우크라이나군의 항전으로 러시아군의 수도 키이우 진입이 저지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군의 폐무기가 우크라이나의 군사 자원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CNN 방송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민간인들이 러시아군이 버리고 간 무기를 개조해 후방에서 지원 중인 모습을 보도했다. 키이우 시민 유리 고로도우(69)는 "어젯밤 우리는 수거한 러시아군의 우라간 미사일 24기를 국군에게 넘겨줬고, 국군은 그 미사일을 다시 러시아군을 향해 발사했다"며 "러시아군으로부터 얻은 모든 것을 우크라이나 군대로 이전한다"고 말했다.

소련 시절 해군에서 근무한 고로도우는 지금은 키이우 고철 폐기물 처리장에서 러시아군이 버린 군사장비를 재활용하기 위한 정비소를 총괄하고 있다. 그의 작업장엔 엔지니어 출신과 자동차 정비공과 용접공 등 자원봉사자가 팀을 이뤄 노획한 러시아 무기를 고쳐 군대에 전달한다. 전쟁 전 자동차 정비소가 '무기 공장'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수도 키이우의 엔지니어들이 기술을 살려 러시아군이 버린 무기를 개조해 국군 무기로 개조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키이우에 버려진 러시아군 무기. [트위터]

수도 키이우의 엔지니어들이 기술을 살려 러시아군이 버린 무기를 개조해 국군 무기로 개조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키이우에 버려진 러시아군 무기. [트위터]

고로도우의 팀은 포획한 러시아 장갑차 등을 분해하고, 차량에 달린 소총 무기 등을 떼어내 우크라이나 군용으로 개조하는 일을 한다.특히 러시아 군용 트럭에 새겨진 러시아군 'Z' 표식은 우크라이나 국기로 칠해 부상병 후송용 차량으로 개조했다. Z 표식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고로도우는 "상당수의 러시아군 장비는 우크라이나 군대 장비와 비슷해 우리 군이 단기간에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사기가 저하된 러시아 군대는 무기를 버리고 도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무기는 거저 주운 셈이다. 그는 "대다수는 너무 어리고 경험이 없어 보였다. 그들은 여기에 온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는 우리 군수물자의 주요 보급처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군 vs 우크라이나군 병력 피해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러시아군 vs 우크라이나군 병력 피해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러시아군의 무기가 구식이어서 고장이 잘 난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서방 군사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침공이 갑작스럽게 결정된 바람에 국경에 배치한 러시아 군용 차량 자체의 정비 상태가 좋지 않았고, 그들이 갖고 있던 타이어나 예비 부품들도 저품질이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SNS)상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지 않은 러시아군 탱크가 기동성이 떨어져서 스스로 진흙탕에 빠져 있거나 타이어나 차축이 파손된 군용 차량 사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민간 군사전문매체 오릭스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일까지 러시아군이 소실한 군사 장비는 약 1660대로 집계했다. 이 중 포획되거나 버려진 무기는 절반인 831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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