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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정책 전환 먹힐까…文 '무조건 금지'→尹 '육성' [Law談-강태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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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필자의 고향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르신의 지인이 “자신이 비트코인과 비슷한 이름의 코인에 투자하고 있으니  50만원어치 코인을 줄 테니 계좌 개설을 위한 연락처와 주민등록번호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어르신이 거절해 일단락됐지만, 시골에 사는 노인을 상대로 마치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인 것처럼 포장해 코인 구매를 유도하는 행위들이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진행이 되지 않아서 실제로 그분의 말씀처럼 극히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행운의 기회였는지, 아니면 그저 그런 투자 사기의 한 유형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암호화폐 등 신개념 디지털 자산시장 육성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가상자산 개미투자자 안심투자'라는 슬로건을 앞세웠다.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에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시세가 나타나고 있는 모습.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암호화폐 등 신개념 디지털 자산시장 육성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가상자산 개미투자자 안심투자'라는 슬로건을 앞세웠다.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에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시세가 나타나고 있는 모습. 뉴스1

암호화폐 관련 산업의 급속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신산업이라는 특징 때문에 한국에서는 금지 이외에 제대로 된 규제 정책이 집행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에 대해서 신중한 태도를 넘어 무조건 금지라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는 비판적 견해들도 있었다. 과거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통신판매중개자의 지위에서 통신판매업자 신고를 했음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암호화폐의 거래는 재화나 서비스의 거래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통신판매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적인 신고 철회를 요구한 바 있었다. 해외에서는 별다른 제약이 없이 활성화돼 있는 유틸리티 토큰(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암호화폐)의 ICO(암호화폐 공개)에 대해 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입장 역시 유사한 방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 디지털자산 산업 육성 주요 공약

①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 디지털자산 산업 육성, 투자자 보호, 과세 체계 구축
② 코인 투자 과세는 ‘先 정비 後 과세’
- 文정부 양도차익 공제 250만원 →尹 5000만원까지 비과세 입장

③ 국내 코인 발행(ICO) 허용
- 우선 안전장치 마련된 거래소발행(IEO) 방식
④ NFT 활성화 통한 디지털 자산시장 육성
- 가상자산 육성 총괄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새 정부의 공식 공약집에 의하면 디지털 자산 거래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했음에도 이에 대해 시장 관리 중심의 소극적 정책 대응으로 관련 산업의 진흥과 투자자 보호에 미흡했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산업 자체의 구체적인 틀거리가 확인되지 않으니 일단 틀어막고 보겠다는 입장이 오히려 일정한 규제 체계 내에서 투자자 보호를 도모하는 정책 방향에 비해 그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 하에서 디지털자산에 대한 새 정부 공약의 첫 번째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해 디지털 자산 거래와 관련한 투자자 보호와 산업 활성화, 과세 체계의 구축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을 통해 코인 부당거래로 인한 수익을 전액 환수할 수 있도록 하고, 해킹이나 시스템 오류로 발생하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보험제도를 도입·확대하며, 디지털자산 거래계좌와 은행을 연계시키는 전문금융기관을 육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신분이던 지난 1월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암호화폐 관련 정책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신분이던 지난 1월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암호화폐 관련 정책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두 번째 공약은 국내 코인 발행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식은 임의의 ICO가 아닌 거래소를 통해 투자자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주식의 공개와 비슷한 방식이다. 이 경우 거래소가 중개인이 돼 프로젝트와 투자자 사이에 검증과 중개의 역할을 담당해 부실한 코인 발행으로 인한 투자자의 위험성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 공약은 NFT(대체불가토큰) 활성화를 위한 신개념 디지털자산시장의 육성 정책이다. 암호화폐의 새로운 활용방안으로 NFT 기술이 각광을 받은 지는 오래됐다. 물론 이에 대해 현재 그 가치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어떻게 발전해 갈지 모르는 ‘깜깜이 미래’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아무튼 NFT 기술을 통해 소수자 참여 시장이었던 미술품 거래, 리츠(부동산 투자회사) 정도만 존재했던 집합형 부동산 투자 거래 등의 시장이 새롭게 창출되고 활성화되고 있다. 아울러 또다른 미래 기술인 메타버스와 궁합이 잘 맞고, 기존에 아이템 거래가 이미 존재했던 게임 산업과는 잘 어울려 이들 사이에 결합을 통해 어떠한 파괴력 있는 시너지가 나올 지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있다.

가상자산의 제도화를 통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ICO에 대해 허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여당 후보 역시 마찬가지로 공약으로 내세웠던 부분이다. 세부적인 전략이나 우선 순위에서는 차이가 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두 유력 후보 중 누가 당선됐든지 디지털 자산 발행 및 거래 시장의 제도권 편입과 활성화 정책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에 공감대가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한 관람객이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일러스트레이션페어 서울 2022'에서 3D홀로그램으로 구현한 NFT 예술작품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한 관람객이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일러스트레이션페어 서울 2022'에서 3D홀로그램으로 구현한 NFT 예술작품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블록체인 기술은 데이터나 권리가 코드로 구현되고 누군가 한 사람이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 없는 특성을 가진다. 이를 활용해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한 암호화폐, 스마트 컨트랙트(계약)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에서 유일성을 증명할 수 있게 한 NFT 기술, 새로운 의사결정조직인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탈중앙화 자율조직), 기존과 다른 방식의 De-Fi(Decentralized Finance·탈중앙화 금융) 기술을 통한 금융 혁신 등은 지금 당장은 기존의 규제 틀에 벗어난 생경한 것이고, 기존의 제도 체계의 시각에서 보면 당연히 정책적 혼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미 그러한 혼란을 충분히 겪었던 만큼 새 정부는 기왕의 학습을 토대로 제도권 내에서 이용자 보호와 산업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방향성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할 타이밍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새 정부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무대이기도 하다. 잘할 수 있다고 공언한 만큼의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Law談 칼럼 : 강태욱의 이(理)로운 디지털세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기술의 발전과 플랫폼 다변화에 따라 복잡화해지고 고도화되는 법 규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법률 전문가가 바라보는 참신하고 다각적인 시선을 따라가 보시죠.

강태욱 변호사

강태욱 변호사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자문변호사/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저작권보호원 심의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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