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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탈퇴하려는데 내 정보 어쩌지? 5일부터 시작한 이 서비스 [Law談-강태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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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존재(identity)와 그로부터 묻어나오는 흔적들은 엄연히 구분되는 다른 것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분리되는 것도 아니다. 공자는 『효경』에서 ‘신체발부 수지부모 (身體髮膚 受之父母)’라고 하여 머리카락을 포함해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나의 모든 것은 감히 다치지 않고 소중하게 간수해야 하고, 그것이 효의 시작이라고 가르쳤다. 이러한 생각은 ‘발부(髮膚)’라는 한자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필자를 포함한 한글세대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전승됐을 것이다. 개인정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은 이런 고답과도 연결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 정보를 다른 서비스 제공자에게 전달해 줄 것을 인정하자는 '개인정보 이동권'이 대두됐다. 사진 셔터스톡

내 정보를 다른 서비스 제공자에게 전달해 줄 것을 인정하자는 '개인정보 이동권'이 대두됐다. 사진 셔터스톡

‘개인정보 수지부모’

세상이 점점 디지털화돼 가면서 내가 손 한번 들 때마다, 내가 한발 내디딜 때마다,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기록되고 디지털 데이터로 남는 시대가 됐다. 범죄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기 위해, 또는 반대로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자동으로 기록되는 구글의 타임라인이 활용된다.  내가 대화하고, 물건을 사고, 영상을 보는 행위들이 휴대전화는 물론이거니와 각종 서비스 제공자들에 의해 기록·분석되고 본인도 알지 못하는 성향을 알기 위해 활용되기도 한다.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가 강조되면서, 다른 이들이 내 정보를 어떻게 가지고 사용하고 있는지를 알려 달라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나에 대한 정보를 다른 서비스 제공자에게 전달해 줄 것을 인정하자는 개념이 대두됐다. 이걸 줄여서 ‘개인정보 이동권(data portability right)’이라고 부른다. 가령 홍길동이 A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다가 더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B사의 SNS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해보자. A사의 충성 고객으로 10년 동안 이 서비스만 써온 홍길동의 입장에서는 B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그동안 A사의 서비스 속에 저장돼 있던 데이터를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아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 서비스 이동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보 주체에게 자신의 정보에 대한 더 많은 통제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유럽에서 최초로 입법화된 개인정보 이동권

이처럼 시작된 개인정보 이동권의 개념은 유럽연합(EU)의 일반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처음으로 구체화됐다. 이에 따르면 유럽의 시민은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자신에 대한 개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고 이를 디지털의 형태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서비스 제공자에게 자신의 정보를 전송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개인정보 이동권이 개인에 좀 더 많은 자유도와 재량권을 부여하지만, 동시에 사업자들이 자신의 서비스를 좀 더 풍부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그 목표로 했다. 다만 이 제도가 실제로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있기도 하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데이터 이동권을 활용한 서비스다. 우리은행 모바일과 PC 홈페이지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화면. 연합뉴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데이터 이동권을 활용한 서비스다. 우리은행 모바일과 PC 홈페이지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화면. 연합뉴스

데이터 이동권은 금융 분야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도 구체화됐다. 빅데이터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금융회사별로 쪼개져 있는 나의 정보를 한데 모아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고객에게 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각 회사만 각각 가지고 있던 나의 데이터를 한 번에 모아서 그 속에서 아주 가볍게는 가계부의 간편한 작성부터 좀 더 중요하게는 대출 상품의 추천까지 나의 데이터가 통합됐을 때 좀 더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핀테크 서비스가 성황을 이뤘다. 이는 금융 산업을 이끄는 새로운 분야로 인식되기까지 한다. 그 과정에서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커피와 치킨 쿠폰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부가적인 영향이고, 이용자들의 ‘체리 피킹(cherry picking·유리한 것만 골라 취하는 행위)’이 발생하는 것도 전혀 비밀이 아니다.

정부는 데이터 3법의 개정과 함께 신용정보법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라는 개념을 도입했고, 이를 통해 전송요구권을 명문화했다. 신용정보법은 신용정보의 보호와 이용에 관한 법이기도 하지만, 신용정보를 다루는 주요 기업들에 대해 규제를 하는 방식으로 법이 구성돼 있다. 이에 마이데이터 역시 이를 보장하기 위한 사업을 염두에 두고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이라는 방식으로 그 서비스가 도입됐다. 총 54개 업체가 허가를 받았는데 그중 33개 업체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처음 개시한 지난 5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초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됐어야 했는데, 좀 더 완벽한 준비를 위해 올해 1월로 연기된 것이기도 하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기존의 스크린 스크레이핑(screen scraping·사업자가 고객의 동의를 받아 대신 금융사 사이트에 접속해 데이터를 긁어 오는 방식)과 달리 표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이러한 방식은 훨씬 더 안정적이고 폭넓은 정보의 통합과 활용을 가능하게 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도입된 이후 개인정보 전반에 걸쳐서도 정보 주체의 전송요구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뤄져 왔다. 그에 따라 전자정부법의 개정을 통해 행정정보에 대한 정보제공요구권이 도입됐고,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입법 예고돼 있다. 전송요구권 제도는 정보 주체의 권리를 좀 더 보장하고자 하는 데 있다. 구체적인 도입 내용과 운영 방식에 대하여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논의와 개선이 이뤄지겠지만, 본래 도입 취지와 해외의 사례들을 거울삼아 국민의 권리 보장과 경제 전체의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활발한 운영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Law談 칼럼 : 강태욱의 이(理)로운 디지털세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기술의 발전과 플랫폼 다변화에 따라 복잡화해지고 고도화되는 법 규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법률 전문가가 바라보는 참신하고 다각적인 시선을 따라가 보시죠.

강태욱 변호사

강태욱 변호사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자문변호사/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저작권보호원 심의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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