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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국가부도…"세계 경제 영향 제한적"

중앙일보

입력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각종 경제 제재에 맞닥뜨린 러시아의 ‘국가부도 선언’ 가능성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이번 주 예정된 달러채권 이자 상환조차 힘들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타스통신=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각종 경제 제재에 맞닥뜨린 러시아의 ‘국가부도 선언’ 가능성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이번 주 예정된 달러채권 이자 상환조차 힘들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타스통신=연합뉴스

러시아의 국가부도 선언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이번 주 예정된 달러채권 이자 상환조차 힘들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등 서방의 각종 경제 제재 여파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이 많지만, 서방과 러시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각국의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담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여부를 가늠할 시험대는 오는 16일(현지시간)이다. 러시아는 이날까지 달러 채권 이자 1억1800만 달러(약 1462억원)를 갚아야 한다. 이날까지 상환하지 못하면 30일 동안 한 차례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이 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 15일(현지시간)까지 돈을 갚지 못하면 디폴트가 선언된다.

그뿐만 아니다. 러시아의 외화 채권 이자와 원금 상환일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오는 28일(1억200만 달러)과 31일(4억4653만 달러)도 무사히 넘겨야 한다.

자료: 하이투자증권, 국제금융센터

자료: 하이투자증권, 국제금융센터

러시아의 ‘실탄’은 부족하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러시아의 외화보유액은 지난 1월 말 기준 6302억 달러로 중국(3조2216억 달러), 일본(1조3859억 달러), 스위스(1조926억 달러)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이 지난달 26일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 망에서 배제하기로 하면서 외환보유액 접근이 어려워졌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3일(현지시간) 미 CBS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이 더는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라며 “빚을 갚을 돈을 가지고 있지만, (경제 제재로 인해) 보유한 돈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도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 가능성에 점차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거래된 러시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4123.93bp(1bp=0.01%)로 전날보다 무려 1788.62bp가 치솟았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200bp 내외 수준을 유지했었다. 국가부도 위험이 커질수록 CDS 프리미엄도 높아진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연합뉴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연합뉴스]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하더라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에 가해진 경제 제재를 교훈 삼아 각국 금융사가 러시아 투자 자금을 줄였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의 은행의 대(對)러시아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013년 4분기 2564억 달러에서 지난해 3분기 1215억 달러로 8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1200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 익스포저가 무시할 수준은 아니지만, 세계 경제 시스템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더욱이 러시아가 1998년 금융위기 당시처럼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급 불이행)'을 선언하는 등 완전한 파산을 선언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98년에는 실제로 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지만, 지금은 돈은 있지만, 인위적인 (경제) 제재로 상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유가도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당시의 10배를 넘고, 현재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도 양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면전과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 국면이 장기화하면 유럽과 신흥국 등 각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 위험이 현실화하며 예상치 못한 신용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금융 손실이 유럽 은행과 신흥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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