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녀 절망…2번녀 색출하자" 대선뒤 도넘은 '페미 갈등' 터졌다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1번 찍은 ‘이대녀’는 지금이 너무 절망스럽다.”
“2번 찍은 ‘이대남’ 행복하시겠네.”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가 대선 이후에도 계속 온라인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 13일 트위터에 올라온 일부 글에는 분노와 갈등의 잔재가 담겨 있었다. 이번 대선에서 2030 유권자의 남녀 표심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나타난 후유증으로 풀이된다. 일상보다 온라인상의 성별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자 일각에서는 “누군가 일부러 싸움을 부추기는 것 같다”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尹 당선에 동력 얻은 ‘출산 파업’?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 페이스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 페이스북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윤석열 정부 때는 출산하지 말자”는 글이 일부 여성들 사이에 퍼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공약을 내놓은 데 따른 반발로 풀이된다. 이런 의견이 인터넷을 타고 알려지면서 “‘출산 파업’을 저항의 수단으로 삼지 말라” 등과 같은 반박성 글도 쏟아지고 있다.

가수 핫펠트(원더걸스 예은)는 지난 11일 자신이 받은 악성 DM(다이렉트메시지)를 공개했다. 사진 핫펠트 인스타그램

가수 핫펠트(원더걸스 예은)는 지난 11일 자신이 받은 악성 DM(다이렉트메시지)를 공개했다. 사진 핫펠트 인스타그램

‘반대편’에 대한 ‘좌표 찍기’도 현재진행형이다. 대선 당일인 지난 9일 ‘#나를위해’라는 말과 파란색을 배경으로 ‘대선 인증샷’을 올린 가수 핫펠트(32·본명 박예은)는 선거가 끝난 뒤 “많은 페미(페미니스트)들과 오늘을 즐겨라” “너 때문에 이겼어” 등과 같은 SNS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가 반대쪽 지지자들에게 페미니스트로 불리면서 입길에 오른 것이다.

정치색이 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번녀(2번 뽑은 여자연예인)’를 색출하자”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여기에서 거론되는 연예인들은 투표 당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연상하게 하는 ‘이번(2번)’이라는 말이나 빨간색 이모티콘 등을 SNS에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차이 존중” “중간 많아야”…중화 노력 필요

SNS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SNS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성별을 둘러싼 공방을 바라보며 “그만하자”는 주장을 펴는 이들도 늘고 있다. 대학생 전용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12일 “요즘 날이 갈수록 남녀 갈등이 심해지는 거 같은데 갈등을 빚어내는 여러 말들을 추가로 생산하지 말자”며 자제를 당부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남녀 차별은 없애고 차이는 존중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정치적으로 이용되면서 대립이 더 심해졌다” 등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공무원시험 준비생 20대 A씨는 “‘한남(한국남자)’이라던 혐오 대상이 이제는 ‘이대남’이라며 연령대가 더 낮아진 것 같다”며 “최근 다시 남녀 갈등 관련 글이 많아지면서 피로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선을 통해 두드러진 젠더 갈등을 중화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의 심각한 균열 축이었던 젠더 갈등이 ‘이대남·이대녀’ 프레임처럼 이번 선거를 계기로 더 증폭됐다”며 “이런 ‘선거 후유증’은 전부터 우려됐던 부분인데, 한편으로는 남녀평등을 그간 문제로 느껴온 사람들이 발원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치권이나 특정 부류가 조장하는 대로 극단으로 갈라지지 말고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자정하려거나 목소리를 내면서 양쪽을 아우르는 다수가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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