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캐는 직장인, 부캐는 다운로드 2515만회 웹소설 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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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김태궁

김태궁

2019년 5월부터 19개월간 연재되며 20~30대 젊은 층에 선풍적 인기를 끈 웹소설이 있다.

최종 874회로 마무리됐으니 하루 1.5개씩 업로드됐다. 누적 다운로드는 2515만 회. 현재는 같은 제목의 웹툰이 연재 중이며 드라마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네이버에 연재된 웹소설 ‘상남자’ 얘기다. 입사 20년 만에 전자회사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주인공 ‘한유현’이 타임머신을 탄 듯 신입사원 면접 전날로 돌아가 스마트폰·TV 디스플레이 시장 제패를 이끈다는 내용이다.

웹소설을 연재한 주인공은 14년 차 현역 직장인인 김태궁(38·사진) LG디스플레이 대형사업부 책임. 그는 2009년 LG디스플레이에 입사해 지금까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김 책임은 “기술 강의교재를 만들다 설명과 스토리 제약을 극복하고 싶어서 웹소설에 입문했다”고 소개했다.

회사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퇴근 후나 주말에 글을 썼다. 하루 한두 시간만 자는 날도 많았다. 김 책임 역시 ‘한유현’처럼 입사 후 첫 5년 간은 일에 올인했다고 한다. 웹소설 속 한유현이 동료와 가족에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지만, 빌런(악당)으로 묘사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웹소설 속 회사 분위기가 ‘소름 돋게 리얼하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요. 사실 스토리는 대부분 허구지만 듣고 본 에피소드를 조금씩 섞었습니다. 회의할 때 느끼는 압박감, 타 부서와 관계, 업무 보고 같은 대목은 회사에서 겪은 여러 상황을 역지사지로 고민해서 표현한 겁니다.”

MZ세대 취준생 사이에서 ‘상남자’는 취업 성공을 위한 보조교재로도 여겨진다. “최종 인터뷰 때 도움이 됐다”는 댓글이 요새도 올라온다.

인기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는 직장을 다니면서 해외 논문 3건, 국내·외 특허 146건을 등록한 실력파이기도 하다. 주로 OLED TV의 구동·회로·패널 개선을 연구한 것들이다.

“‘퇴사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을 가끔 들어요. 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OLED 기술로 세계 최초, 세계 1등을 이어가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그의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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