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년 걸리는 암호해독 몇 초만에···KISTI, 양자기술분석 보고서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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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원장 김재수, 이하 KISTI)은 대내외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대응해 국가적 차원의 육성이 필요한 분야에 관한 국가전략기술분석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한 보고서는 ‘양자기술 과학·기술·산업 분석’보고서로서 미래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양자 기술의 경쟁환경·시장·과학기술성을 분석하고, 장기적 안목의 투자 및 양자 산업 생태계 조성을 제시한다.

양자 기술은 현존하는 슈퍼컴퓨터와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연산속도를 보이고 있고, 반도체 칩 소형화와 인공지능의 한계를 극복할 기술로 인식되면서 미래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 받고 있다.

예를 들어 2048비트를 사용하는 RSA 암호체계를 디지털 컴퓨터의 소인수 분해 방식으로 풀면 100만년 이상 걸리는데, 범용 양자컴퓨터가 개발된다면 이를 몇 초 안에 풀 수 있다고 한다.

반도체 칩이 소형화하면서 칩 내부에서 전기적 간섭현상이 발생하곤 하는데, 양자 기술을 이용하면 이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많은 사례에서 대규모 컴퓨팅 자원 및 전기사용으로 인해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양자 기술은 이에 대한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 기술이 미치게 될 미래 과학기술과 산업 변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요 선진국들은 양자 기술의 연구개발 및 산업화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2018년에 국가양자이니셔티브 법안을 제정하였고, 2020년에 양자네트워크 전략 비전을 발표했다. 일본과 중국은 2020년에 양자기술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영국과 유럽연합은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양자기술혁신전략, 양자선언문(Quantum Manifesto)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2021년 양자기술 연구개발 투자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양자 기술 발전이 선진국에 비해 뒤쳐져 있고, 전문인력의 수가 적은 한계점이 있다.

2020년도 기술수준평가 결과에 의하면 ICT·SW 분야 17개 중점과학기술 중에서 ‘양자정보통신 기술’ 수준이 가장 낮고 그 격차도 상대적으로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양자 기술 분야의 산업화가 부족해 인력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KISTI가 국가전략기술분석시리즈로 발간하는 보고서는 양자 기술을 둘러싼 기회 및 위협 요인, 시장분석 및 전망, 과학기술성 분석을 통해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양자 기술은 복합적인 기술이 요구돼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므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계속되어야 한다.

특히 양자컴퓨터의 경우 초전도, 이온트랩 등의 플랫폼별로 사용되는 기술이 다를 수 있지만 절대 우위의 플랫폼이 결정될 때까지는 장기적인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 양자 기술 전문가는 150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양자 산업의 발전을 위해 인력 양성 및 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대학원 등은 인력 양성이 필요하지만, 수요처에서는 아직 산업 형성이 더뎌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이므로 인력 수요처 창출에 대한 각계각층의 고민과 노력이 중요하다.

KISTI R&D투자전략연구센터 이방래 책임연구원은 “KISTI에서 데이터 분석과 도메인 지식을 기반으로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산학연이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던 산업적, 과학적 측면의 인사이트를 담으려고 노력했다”며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관심으로 양자 기술에 대한 인력 수요처 창출과 이에 부응하는 인력 양성이 동시에 진행돼 우리나라의 양자 산업이 크게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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