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휘슬 울릴 때까지 골 노리는 '설 사커'...독기 품은 설기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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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감독이 이끄는 경남이 지치지 않는 체력 축구를 앞세워 2연속 3-2 승리를 거뒀다. 김경록 기자

설기현 감독이 이끄는 경남이 지치지 않는 체력 축구를 앞세워 2연속 3-2 승리를 거뒀다. 김경록 기자

'설(Seol) 사커'가 달라졌다.

프로축구 경남FC 3년 차 사령탑 설기현 감독의 얘기다. 경남은 7일 안양에서 열린 2022시즌 K리그2(2부리그) 3라운드 FC안양 원정경기에서 3-2로 이겼다. 안양은 올 시즌 우승 후보 0순위다. 경남(승점 6)은 2연승 달리며 리그 2위로 올라섰다. 지난 2라운드에 이어 2경기 연속 3-2 승리를 거두는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보였다. 경남은 지난 시즌 40골을 넣는 데 그쳤다. 9위 서울 이랜드FC(40골)와 비슷한 수준의 공격력이었다. 경남은 6위였다.

설기현 감독은 비 시즌 경남에 기존 빌드업 축구 대신 강한 체력을 앞세원 피지컬 축구를 입혔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설기현 감독은 비 시즌 경남에 기존 빌드업 축구 대신 강한 체력을 앞세원 피지컬 축구를 입혔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력이 180도 달라진 것은 설 감독이 변하면서다. 2020년 경남 지휘봉을 잡은 설 감독은 데뷔 시즌 3위에 오르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6위 그쳐 플레이오프 출전조차 실패했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론이 일었지만, 경남 구단은 설 감독과 1년 계약을 연장했다. 마케팅을 통해 구단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과 설 감독의 코치진 및 선수단에 대한 변화 의지도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설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다. 이탈리아와 16강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극적 동점골을 터뜨렸다. 벨기에-잉글랜드 등 유럽 리그를 경험한 스타 선수 출신이다.

설 감독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 시즌까지 백성동, 황일수 등 빠르고 볼 차는 선수 중심으로 '빌드업 축구'를 펼쳤다. 일명 '설 사커'. 올 시즌을 앞두고 '설 사커'를 대표하던 주축 선수를 떠나보냈다. 대신, 체력 좋고 활동량 많은 선수를 대거 영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동계 훈련 기간 강도 높은 하루 두 차례 훈련으로 새 시즌을 대비했다. '축구 철학을 포기하는 유연한 자세는 의외였다'고 하자, 설 감독은 "더 이상 초보 감독이 아니다. 안 되는 것은 인정하고, 빠르게 포기하는 것도 감독의 능력이고 역할이다. '설 사커'의 본질은 이기는 축구다. 승리할 수 있다면, 설기현식 축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기현 감독은 3연승에 도전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설기현 감독은 3연승에 도전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그 결과 부산전에선 0-2로 뒤지다 후반 막판 3골을 몰아치는 역전 드라마를 펼쳤다. 안양전도 2-2 동점 상황에서 후반 막판 결승골이 터졌다. 설 감독은 "팀 콘셉트가 바뀌었다. 피지컬로 경기 종료까지 상대를 압도하겠다"고 말했다. 경남은 아직 수비 주축 선수들이 복귀하지 않았다. 주요 선수들은 부상에서 회복 중이다. 설 감독은 4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전을 통해 벤치에 복귀한다.

그는 1라운드 서울 이랜드FC전에서 경남 벤치 쪽으로 향하던 이랜드 채광훈을 막아서서 주심에게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다. 팬인 이 사건을 일명 '보디체크 사건'으로 불렀다. 설 감독은 "경기에 집중하다 발생한 일"이라면서 "다시 돌아온 만큼 더욱 집중해 3연승에 도전하겠다. 올 시즌 1부 승격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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