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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시아제 구형 전투기 보낸다…우크라에 미제 안 주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제공권 강화를 위해 전투기 지원을 폴란드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CNN‧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의원들에게 화상으로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어렵다면 전투기 보급이 절실하다”고 호소한 직후다.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주거지역에 있는 아파트가 러시아군의 폭격 당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주거지역에 있는 아파트가 러시아군의 폭격 당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폴란드 보유 러시아산 전투기를 제공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FT에 “폴란드의 전투기를 우크라이나로 이동시키면 폴란드에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에 미국이 (미제 전투기로) 이를 충원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산 전투기 이전이 논의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제 전투기를 운용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엔 미그 29(MiG-29)‧수호이 27(Su-27) 등 러시아제 전투기만 있다. 미제 전투기를 보낸다 한들 조종사들의 운용 교육이 필요해진다. 또 미국 정부가 전투기를 수출‧제공하기 위해선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해서 시간이 걸린다. 비동맹국인 우크라이나에 직접 보내기보단 이미 2006년부터 F-16을 보유하고 있고, 2020년엔 상위 기종인 F-35도 구매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폴란드가 수월하다는 판단이다.

지난 2016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공군기지에서 훈련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공군 미그-29 전투기. [EPA=연합뉴스]

지난 2016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공군기지에서 훈련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공군 미그-29 전투기. [EPA=연합뉴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러시아제 전투기를 보유한 폴란드‧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이를 대체할 전력이 없어 이 전투기를 포기하지 못했다”며 “(미국이 대체를 보장한다면) 2024년부터 F-35를 인도받기 시작하는 폴란드가 러시아제 구형 항공기를 (우크라이나에) 이전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전투기 제공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원조 중 가장 강력한 지원이 될 전망이다. 앞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의 제공권 회복을 위한 전투기 지원 검토 의사를 밝혔지만,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대립을 우려한 동유럽 국가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그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방공망 강화를 위한 스팅어 대공미사일 등 방어용 무기를 제공해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집회에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집회에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협상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의원들에게 전투기 제공을 호소한 것과 맞물렸다. 5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의원 약 300명에게 영상통화로 “우크라이나는 영공권 보호가 절실하다. 나토군의 비행금지 구역 설정이 안 된다면 우크라이나군이 자국 영공을 더 잘 방어할 수 있도록 전투기 보급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필사적인 호소를 해왔다”며 “미 정부가 그 비행기들을 이전시킬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 교외에서 러시아 전투기의 폭격 중 불발된 FAB-500 폭탄. [AFP=뉴스1]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 교외에서 러시아 전투기의 폭격 중 불발된 FAB-500 폭탄. [AFP=뉴스1]

현재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 점령에 고전하고 있고 주요 도시에선 무차별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키이우와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 등에 러시아 공군이 대형 폭탄을 투하하고 있고, 폭탄이 민간인 주거 지역에도 떨어지고 있다고 5일 우크라이나 관리가 전했다. 같은 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하늘을 잃으면 땅에는 더 많은 피가 흐를 것이고, 그 피는 민간인의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는 “전투기 제공을 위해선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이송하는 일 등 많은 난제가 있다”고 설명해 실제 전달까진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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