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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가부도 오나…한국 IMF때처럼 신용등급 6단계 강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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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국가부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서방의 강력한 금융제재에 자금줄이 묶인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했다. 러시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며 국채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는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한꺼번에 6계단 낮추며 투기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이날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로 낮췄다. 이는 투자부적격(정크) 등급으로 원리금 상환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피치가 국가신용등급을 한 번에 6계단이나 낮춘 것은 1997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겪은 한국이 유일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서방의 강력한 경제 제재는 러시아 신용여건에 큰 영향을 주며, 러시아의 국가채무 상환 의지를 약화할 수 있다”고 강등원인을 밝혔다.

무디스도 러시아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Baa3’에서 최하위 투기등급인 ‘B3’로 낮췄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가신용등급이 'B3'인 곳은 몽골과 파키스탄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국제신용평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러시아 신용등급을 투기등급(BB+)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로 '금융 고립'에 처한 러시아 금융시장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의 잇따른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국제금융지수에서도 퇴출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는 오는 9일부터 러시아를 신흥시장지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시장의 충격을 막기 위해 러시아 증시 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루블화 가치는 추락 중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오전 루블화값은 달러당 117.5루블까지 하락했다. 연초(달러당 74루블)와 비교하면 59% 폭락했다.

루블화 가치 급락에 외환보유액까지 묶이면서 러시아의 디폴트를 경고하는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FF)는 지난달 28일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약 6400억 달러) 가운데 절반 정도가 국제제재로 동결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JP모건도 최근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러시아에 부과된 서방의 제재로 국제 채권시장에서 러시아 국채의 디폴트 가능성이 현저히 커졌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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