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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조기 완화하나…일찍 푼 덴마크선 '쌍봉낙타'식 정점

중앙일보

입력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식당가의 모습. 뉴스1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식당가의 모습. 뉴스1

정부가 지난 1일 식당ㆍ카페 등에 적용되던 방역패스를 중단한 데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도 예고했다. 검토 결과에 따라 당초 이달 13일까지 적용하려던 ‘사적 모임 6인ㆍ영업시간 밤 10시’ 제한을 조기에 풀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빠른 전파력에 거리두기의 효과가 떨어지는 데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고통이 한계치를 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대부분 방역 전문가들은 아직 유행 정점을 지나지 않은 데다 위중증ㆍ사망자 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완화 카드를 꺼내는 건 위험이 크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규제 일찍 푼 덴마크 '쌍봉낙타' 유행 

코로나19 확산 세가 줄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를 풀었던 덴마크의 경우 유행 정점이 한 번 더 와 일일 신규 확진자 추이가 쌍봉낙타 모양을 보이고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 캡처]

코로나19 확산 세가 줄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를 풀었던 덴마크의 경우 유행 정점이 한 번 더 와 일일 신규 확진자 추이가 쌍봉낙타 모양을 보이고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 캡처]

그렇다면 앞서 오미크론 변이 유행을 겪은 주요국들은 어떻게 대응했고, 그 결과는 어땠을까.

유럽연합(EU) 국가 중 가장 먼저 방역을 풀었던 덴마크의 경우 정점을 두 번 찍은 ‘쌍봉낙타’ 모양의 유행 상황이 나타났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해당 날짜 기준 7일 평균 값)를 보면 덴마크에서 방역 완화 전 유행의 정점을 찍었던 날은 1월 29일로 4만592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유행이 크게 줄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덴마크 보건당국은 2월 1일부터 모든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풀었다. 대중교통이나 식당, 상점 등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됐고 식당, 카페 입장 시 방역패스 의무화도 중단됐다. 소렌 브로스트롬 덴마크 보건청장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확진자 숫자보다 중환자실(ICU)에 입원 환자 수가 판단의 기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몇 주 전만 해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는 중증환자가 80명까지 증가했지만, 현재 32명까지 감소했다”며 방역 해제 이유를 밝혔다.

이후 덴마크에선 첫 번째 정점 도달한 후 조금씩 떨어지던 신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2월 5일 4만1320명까지 소폭 감소했던 신규 확진자는 일주일 뒤인 2월 13일 다시 4만6336명까지 치솟으면서 두 번째 정점을 찍었다. 국내 방역 전문가 중에도 이 사례를 들어 방역을 일찍 풀 경우 정점을 지난 이후 재유행이 오거나, 정점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지는 '고원형'의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

다만 덴마크의 경우에는 위중증 환자는 40만명대 전후를 유지하며 크게 늘지는 않았다. JP모건의 통계 전문가 데이비드 맥키는 "덴마크에서 지배종이 된 스텔스 오미크론(BA.2)의 경우 치명률이 0.05% 미만으로 계절 독감 치명률(0.05~0.1%)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호주ABC에 밝혔다. 이에 비하면 국내에서 유행 중인 기존 오미크론(BA.1) 바이러스의 치명률은 0.18%로 3배 이상이다.

英·佛 정점 이후 완화…확진·사망 동시 감소

유행 정점을 지난 후 방역을 완화했던 영국은 1월 5일 기준 7일 평균 신규 확진자가 18만2908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 캡처]

유행 정점을 지난 후 방역을 완화했던 영국은 1월 5일 기준 7일 평균 신규 확진자가 18만2908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 캡처]

덴마크와 달리 영국, 프랑스 등은 정점 도달 이후 방역 완화를 시작했다. 아워월드인데이터(해당 날짜 기준 7일 평균 값)를 보면 영국의 경우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정점을 찍은 건 지난 1월 5일로 18만2908명을 기록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이후 진단검사 역량 강화, 방역패스 적용, 마스크 의무 착용 등 강화된 방역 조치인 플랜B를 가동하던 영국 정부는 정점 도달 이후인 1월 20일 플랜A로 조치를 완화했다. 플랜A에는 재택근무 종료와 방역패스 철회, 마스크 착용 ‘권고’ 등 완화된 내용이 담겼다. 이후 확진자 수는 점차 감소했고 2일 영국의 신규 확진자는 4만2455명까지 떨어졌다. 일일 사망자도 1월 18일 272명에서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 2일에는 104명을 기록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1월 25일 일일 확진자가 36만6554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기록했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백신 접종자에 한해서만 백신패스를 인정하는 등 각종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가 정점 도달 이후 조금씩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지난달 2일 체육ㆍ문화시설 이용 인원 제한과 실외 마스크 의무를 해제한 데 이어 같은 달 16일부터는 영화관이나 경기장에서 취식이 가능해졌다. 방역 완화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프랑스는 지난 1일 기준 신규 확진자가 5만3162명을 기록했다. 일일 사망자의 경우 2월 10일 345명을 기록한 후 등락을 반복하다 지난 2일에는 181명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정부, 완화 수위 놓고 고심

3일 오전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하고 있는 방역당국은거리두기 완화 시기와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다음주부터 완화하기로 최종 결정된다면 구체적인 내용은 4일 오전 중대본 브리핑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전날 일상회복지원위 방역분과 회의에서 민간 전문가들은 유행이 정점에 도달하기 전에 방역 정책에 변화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당장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때문에다음주에 소폭 완화한 뒤 이후 완화 폭을 단계적으로 키우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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