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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 벌린 채 숨진 민간인들…키예프 참혹 포탄 세례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엿새째인 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주요 시설들을 공격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항복시키기 위한 대규모 심리전을 도모하는 가운데 방송 수신탑(TV 타워), 유대인 학살 추모 시설 등에 미사일이 떨어졌다. 키예프 인근 일부 민간 시설에서도 폭발이 일어나 위기감이 고조됐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있는 방송 수신탑의 폭파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있는 방송 수신탑의 폭파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1일 우크라이나 내무부 등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에는 전날에 이어 민간 지역에 대한 포격과 함께 다수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는 주요 시설이 포격당했다. CNN,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키예프에 있는 방송 수신탑엔 두차례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최소 5명의 일반 시민이 사망했고 우크라이나 방송과 뉴스 전달은 마비됐다. 우크라이나 의회가 SNS를 통해 공개한 현장 영상에는 새까맣게 두 팔을 벌린 채 재로 뒤덮여 숨진 시민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1일 최소 10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선 이날도 다수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밝혔다. 이날 오전 8시쯤 하르키우 도심의 자유광장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의회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거대한 폭발과 함께 수층짜리 건물을 뒤덮는 연기 구름이 피어올랐다. 당시에는 수대의 차량이 인근을 지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대책본부는 이 폭발로 인근 주거 건물이 붕괴됐고, 약 10명이 사망하고 2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당국은 이어 이날 오후에도 하르키우에 대한 추가 공습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공습으로 5층짜리 주거용 건물 일부가 붕괴되면서 민간인 최소 8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이밖에도 키예프에서 약 50㎞ 떨어진 키예프주 보로드안카에서는 두 아파트 단지가 포격으로 파괴됐다. 키예프 서부에 있는 지토미르 역시 러시아군의 순항미사일 공격으로 주택과 병원이 피해를 입어 최소 2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1일 키예프 서부 지토미르에서 러시아 공습이 이뤄진 후 잔해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1일 키예프 서부 지토미르에서 러시아 공습이 이뤄진 후 잔해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 장관은 “크렘린이 인터넷과 통신 등에서 우크라이나의 상당 부분을 차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그들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사람들과 군의 저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관료들은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의 인터넷을 차단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대신 러시아군이 장악하려는 제2도시 하르키우와 항구도시 마리우폴이 위치한 남부, 동부는 목표로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키예프 방송 수신탑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유대인 학살 추모 시설, ‘바비 야르’도 폭격을 맞았다. 모세 루벤 아지만 수석 랍비(유대교 사제)는 그의 SNS에서 바비 야르가 세 번의 미사일을 맞았다고 말했다. 바비야르 기념관도 성명서를 통해 추모 공간이 러시아군에게 공격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과거 나치 독일군에 의해 7만~1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학살당한 곳을 공격한 건 상징적”이라고 말했다.

바비 야르는 1941년 나치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며 소련 영토 내 유대인들을 데려다 총살했던 협곡이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유대인이며 그의 가족 중 일부도 유대인 학살 당시 죽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위치한 산부인과가 피격 당한 모습. [페이스북 캡처]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위치한 산부인과가 피격 당한 모습. [페이스북 캡처]

일부 민간 시설도 공격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1일 키예프 인근 아도니스 산부인과 병원장 비탈린 구린의 페이스북을 인용하며 “미사일이 산부인과를 맞췄고 건물은 상당히 망가졌다”고 보도했다. 병원 내 사람들은 다행히 모두 대피한 상태였다. 비탈린 구린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도 이곳에 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전날 러시아군은 키예프 진입을 위해 인근에 64㎞에 달하는 군 후송대를 배치시키며 대규모 공세를 예고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러시아군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휴전에 대한 의미 있는 회담이 시작되기 전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대한 폭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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