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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디지털 세상 읽기

온라인 전쟁의 승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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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미디어 발전은 세계의 격변기에 유독 눈에 띈다. 1991년 걸프 전쟁은 CNN이 TV로 생중계했던 전쟁으로 유명하고, 2012년 ‘아랍의 봄’은 텍스트 기반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진 시위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 일어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번 전쟁은 동영상에 기반을 둔 소셜미디어가 현장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키예프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대도시에서는 러시아군이 진격하는 모습과 전투 장면은 물론, 머리 위로 날아가는 미사일까지 스마트폰으로 촬영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다. 미군 전투함에 탑승한 CNN 기자가 촬영한 미사일 발사 장면이 걸프전을 상징했다면, 30년이 지난 지금은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지는 모습을 시민들이 촬영한 영상이 미디어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런 동영상에 기반한 온라인 전쟁의 승자는 누구일까? 다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라고 입을 모은다. 진격해 오는 러시아군을 피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수도 키예프에 남아 매일매일 영상을 올리는 바람에 “대통령이 달아났다”는 러시아의 가짜뉴스가 전혀 먹히지 않고, 피란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 총을 들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방탄복을 입고 병사들과 함께 있는 영상에 전 세계 사람들이 크게 감동하고 있다.

그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유럽연합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강한 제재를 서두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내게 필요한 것은 구조가 아니라 무기”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말은 그를 코미디언 출신이라고 비웃던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했고, 역사에 길이 남을 명언이 됐다고 평가했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