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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재정적자 벌써 최대치 육박…대선 후엔 120조원 될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초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올해 나라살림 적자 규모 전망치가 71조원까지 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첫해인 2020년 적자에 육박하는 규모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재정을 펑펑 쓰는 ‘포퓰리즘 공약’을 내놓고 있어 대선 후에는 적자가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최근 16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처리되면서 나라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 전망치는 54조1000억원(본예산)에서 70조8000억원으로 불었다. 이런 적자 전망치는 코로나19 대응 첫해였던 2020년의 71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2020년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2011년 집계 이후 최대치였다.

통합재정수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통합재정수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나라살림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부터 4년 연속 10조원 이상 적자를 기록할 전망인데, 재정수지가 4년 내리 적자를 나타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외환위기로 통합재정수지가 3년 연속 적자였던 1997~1999년에도 적자 규모는 ▶1997년 6조9000억원 ▶1998년 18조8000억원 ▶1999년 13조1000억 원으로 최근보다 양호했다.

계속된 적자 재정은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 기조에 코로나19 지원까지 겹쳐진 결과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통합재정수지는 12조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이미 재정 지출 고삐를 풀어버린 상태였다.

국가채무도 이번 추경으로 기존보다 11조3000억원 늘어난 1075조7000억원이 된다. 이에 따라 2017년 36.0%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기존 50%에서 50.1%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약 14%포인트)는 2004년부터 3개 정부를 거치며 누적해 늘어난 증가폭과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여야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대선 후 추경 편성 등 추가 지출을 예고하고 있어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현재 전망치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50조원 규모의 추경과 코로나19 발생 채무 국가매입 채무조정, 전 국민 대상 소비쿠폰(지역화폐) 발행 등을 공약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역시 이번 추경에서 통과된 방역지원금 300만원을 확대해 최대 1000만원을 지급하는 등 50조원 이상의 추가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선 후 추경 편성 시 재원의 상당 부분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한다면 올해 국가채무는 1100조원대를 돌파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자산시장 호조 등으로 세수가 크게 걷혀 재정수지가 당초 전망보다 개선됐지만 올해는 이런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자산시장 열기가 한풀 꺾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공급망 차질 등으로 경기 하강도 우려되고 있어서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을 둘러싼 경제 상황이 돈 퍼주기 경쟁이나 할 만큼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원자재 가격과 유가 급등으로 물가에 경고등이 커진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성장률도 하향 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로 외환위기 이후 첫 ‘쌍둥이 적자’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 포퓰리즘을 지양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 후에 불어닥칠 위기에 대비한 재정 방파제를 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적인 에너지 비용 상승과 생산가능인구 정체 및 감소로 인플레이션이 중장기적으로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민 교수는 “인플레이션 걱정이 없을 때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을 확장하고 금리를 낮추면 됐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돈줄을 죄어야 할 때”라며 “이러한 상황에서도 국채 발행이 지속한다면 우리나라 재정안정성에 대한 대외 신뢰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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