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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위성 카드 꺼낸 북…‘레드라인’ ICBM 발사 밑밥 깔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7차례의 미사일을 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27일 평양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정찰위성개발을 위한 중요한 시험이라고 주장하면서다.

북한이 27일 발사한 미사일에 설치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라며 28일 공개한 한반도 사진. [사진=뉴스1]

북한이 27일 발사한 미사일에 설치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라며 28일 공개한 한반도 사진. [사진=뉴스1]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28일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이 27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공정계획에 따라 중요시험을 진행했다”며 “중요시험을 통하여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정찰위성에 장착할 촬영기들로 지상특정지역에 대한 수직 및 경사촬영을 진행해 고분해능촬영체계와 자료전송체계, 자세조종장치들의 특성 및 동작 정확성을 확증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27일 발사한 미사일에 설치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라며 28일 공개한 한반도 사진. [사진=뉴스1]

북한이 27일 발사한 미사일에 설치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라며 28일 공개한 한반도 사진. [사진=뉴스1]

발사한 미사일에 장착된 고성능(고분해능)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지상에서 수신하는 실험을 진행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신문은 “이번 시험은 정찰위성개발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시험으로 된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한반도 전체 모습이 담긴 2장의 사진과 함께 256자의 짧은 소식만 전했을 뿐 발사한 미사일의 종류와 제원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사현장 참관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ㆍ미 군 당국은 북한이 27일 오전 7시 52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사일을 탐지했고, 비행거리 300㎞, 비행고도 620㎞ 안팎인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미사일의 발사 각도를 높이면서도 사정거리를 줄이는 방식의 탄도미사일을 고각발사 했다는 설명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는 내부적으로 김 위원장의 지시이행을 과시하면서도, 우주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제사회가 설정한 ‘넘지 말아야 할 선(레드라인)’에 접근하는 시위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지난달 30일 자강도 무평리에서 화성-12형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아래 두장의 사진은 미사일에서 촬영한 사진 [사진=뉴스1]

북한이 지난달 30일 자강도 무평리에서 화성-12형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아래 두장의 사진은 미사일에서 촬영한 사진 [사진=뉴스1]

김 위원장은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군사력 증강의 일환으로 정찰위성 발사를 지시했다. 당시 김 위원장이 제시했던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을 지난해 ‘완료’한 만큼 다음 단계인 정찰위성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북한이 2차 초급당비서대회 개막 다음날 미사일을 쏘아 올린 것도 ‘군사 분야에서 김 위원장의 지시를 철저히 이행하고 있으니, 다른 분야에서 따라 배우라’는 대내 메시지가 함축돼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날 북한이 우주개발 카드를 꺼낸 건 인공위성 발사에 이용하는 다단계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위한 명분쌓기이자 예고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발사체 실험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인공위성 발사에 활용되는 다단계 로켓은 탄두만 교체하면 곧바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인공위성 발사 자체를 레드라인으로 여기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인공위성(정찰위성) 발사를 위한 준비 절차를 과시하며 한국의 정권 교체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벼랑끝 전술 구사에 나선 것이란 지적이다.

북한은 고분해능촬영체계(정밀촬영체계)를 시험했다고 하면서도 정밀촬영이 아닌 한반도 전역이 담긴 사진만 공개했다. 이날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지난달 30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 발사 사실을 공개하면서 내놨던 사진과도 유사하다. 정찰위성에 탑재할 영상장비라면 굳이 미사일에 탑재해 실험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날 북한의 발사를 놓고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위성을 올리는 궤적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ㆍ기계학부 교수는 “과학실험용 로켓 궤적과 비슷한데 회수를 하지 않은 것 같다. 그 목적을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며 “경제적 성과를 부각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주민들에게 ‘성과’를 부각하고,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려는 차원에서 향후 인공위성 발사 등 미사일 카드를 더욱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태양절’로 부르며 민족 최대의 명절로 여기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15일)을 맞아 위성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5주년과 10주년 등 소위 꺾어지는 해를 정주년이라며 크게 치르고 있는데 올해는 김 주석의 110회 생일이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을 포착하고 집중 감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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