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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방어선 도미노처럼 무너져…“러시아군의 전술적 승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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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호 03면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25일 러시아 이바노보에 위치한 전략미사일부대에서 군인들이 도열해 있다. [타스=연합뉴스]

25일 러시아 이바노보에 위치한 전략미사일부대에서 군인들이 도열해 있다. [타스=연합뉴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 속도일 줄은 몰랐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진격 말이다. 24일(현지시간) 총공세를 시작한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선을 도미노처럼 넘어뜨렸다. 20만 병력의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수도 방어에 매진한 것을 고려하면 너무 빠르게 짙어진 패색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두고 “예고된 러시아군의 전술적 승리”로 평가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부연구위원은 “러시아는 과거 체첸 등과 내전을 치른 경험을 바탕으로 지상군을 소규모 기동화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며 “그 결과 대대급 전술단(BTG) 형태로 높은 화력을 지니면서 독립 작전이 가능한 수준까지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초기에 여러 부대로 전력을 분리해 다방면에서 침투하면 대비 태세가 약한 우크라이나군 입장에선 방어하기가 더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CNN 방송은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침공을 앞두고 러시아군 통상 전력의 75% 정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투입됐다”며 “러시아군의 160개 대대 전술단 중 120개 전술단이 국경에서 60㎞ 이내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방공 지원도 전체 50개 방공 대대 중 35개 대대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500여 대의 전투기와 전폭기, 50여 대의 폭격기 등 막강한 항공 화력도 뒷받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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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대한 공습에 나서지 못한 것도 이 같은 항공 전력의 절대적인 열세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 위원은 “근본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의 항공력이 러시아군에 밀리는 데다 대부분 장비가 러시아제여서 약점마저 노출돼 있다”며 “장비 특성을 잘 아는 러시아군이 재밍(jamming·전파 통신 교란)으로 항공기 등을 무력화하면 손을 쓸 수가 없다”고 짚었다.

러시아는 대대 전술단을 동원해 민간인 사상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수도까지 진격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나는 상황을 미군 또는 나토군 개입의 ‘레드 라인’으로 여긴다. 그럴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 고조와 맞물려 나토가 떠밀리듯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러시아가 이번에 전례 없는 전격전·속도전을 벌인 이유이기도 하다. 가능한 한 우크라이나가 ‘전 국민 항전 태세’에 돌입하기 전에 전쟁을 끝내야 자국군과 민간인 사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양 위원은 키예프 진입 이후 러시아군의 목표는 최단 시간 내 지도부의 무력화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결사 항전의 메시지를 내는 지도부부터 와해할 것이란 얘기다. 어떤 식으로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제거하는 방법도 이에 포함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25일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적의 1순위 목표는 나”라고 호소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옛 소련은 1979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도 제일 먼저 특수부대원을 대통령궁으로 보내 대통령부터 암살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정부는 이미 항전 의지가 있는 국민에게 총기를 나눠줬다. 러시아가 빠른 시일 내에 지도부를 와해하고 우크라이나 국민 항전 의지를 꺾어놓지 못한다면 ‘제2의 체첸’과 같은 장기화의 늪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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