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아직 정치인이 못된 안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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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18일 오전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된 故 손평오 국민의당 논산·계룡·금산 지역선대위원장의 영결식에서 안철수 대선 후보가 두 눈을 감고 슬퍼하고 있다. 고인의 유지를 조롱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행태는 안철수 후보를 분노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로 알려졌다. 2022.2.18/뉴스1

18일 오전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된 故 손평오 국민의당 논산·계룡·금산 지역선대위원장의 영결식에서 안철수 대선 후보가 두 눈을 감고 슬퍼하고 있다. 고인의 유지를 조롱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행태는 안철수 후보를 분노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로 알려졌다. 2022.2.18/뉴스1

1.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0일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가장 두드러진 건 ‘분노’였습니다.
표정은 굳어 있었습니다. 눈썹 문신 탓인지 과거 안철수보다 더 ‘앵그리’했습니다. 표현 역시 그랬습니다. 안철수는 최대한 공격적인 표현을 사용하려 애쓰는듯했습니다.

2. 안철수가 분노한 심리적 기저엔 ‘자존심’이 깔려 있습니다. 단일화를 제안한 것부터 그렇습니다.
‘(단일화 제안은) 제가 완주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단일화 꼬리표를 붙이고 어떻게 해서든 단일화 프레임에 가두려는 정치환경과 구도를 극복해보려는 고육지책이었음을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진정 단일화를 원했다기보다..자신의 완주를 방해하는 ‘단일화 프레임’을 벗어나기위한 ‘고육지책(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단일화를 제안했다는 고백입니다.

3. 따라서 안철수가 제안한 단일화 방안은 자신의 완주를 위한 방식이었습니다. ‘여론조사방식’입니다.
여론조사방식으로 하면 안철수가 윤석열을 이길 수 있습니다. 지난 17일 지상파여론조사에 따르면..안철수 지지율 8%인데 윤석열 지지율 39.2%입니다. 그런데 ‘후보단일화 선호도’조사에선 안철수 45.3%로 윤석열 42.4%보다 높습니다. 여권지지자들의 경우 74.9%가 안철수를 꼽았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당선을 위한 역선택입니다.

4. 안철수는 이런 제안에 대해 ‘같은 후보인 윤석열’이 직접..‘예, 아니오로 답하시오’라고 요구했습니다.
윤석열 입장은 당연히 ‘아니오’지만..단일화 결렬의 책임을 추궁당할 수 있기에 대놓고 얘기하지 못합니다. 대신 윤석열 메신저를 자임하는 정치인들이 나서 국민의당에 ‘총리 자리’니 ‘공천권 보장’같은 협상카드를 제시했습니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언론플레이도 병행했습니다.

5. 안철수 입장에선..이런 국민의힘 행태가 모두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었습니다.
‘윤 후보는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후보 뜻이라며 이런저런 사람들이 끼어들어 제 제안의 진정성을 폄하하고 왜곡시켰습니다. 가짜뉴스는 더 기승을 부렸고..후보사퇴설과 경기지사 대가설을 퍼뜨리는 등 정치모리배 짓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정치도의에 어긋날뿐 아니라 경우가 없어도 너무 없는 짓입니다..’

6. 안철수는 ‘후보인 제가 제안했으면 마땅히 후보가 대답해야 하는 것’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습니다.
윤석열과 같은 후보라는 자존심입니다. 윤석열은 안철수의 기자회견 3시간전 전화를 걸었습니다. ‘직접 만나자’고..하지만 안철수는 갑자기 걸려온 윤석열의 전화 역시 진정성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안철수가 원하는 답은 정해져 있었으니까요..

7. 안철수는 진짜 자존심이 상했을 겁니다. 자신이 정말로 가장 훌륭한 대통령감이라고 확신하니까요.
‘실력과 비전, 도덕성과 절제, 명예와 자긍심은 어떤 후보보다 높다고 생각하며 이렇게 힘든 길을 지켜왔습니다..국민여러분께서는 누가 더 도덕적이고 누가 더 비전 있고 누가 더 전문성 있는 후보인지 선택해 주십시오..’

8. 그렇기에 안철수는 정말 답답할 겁니다.
도덕성이나 전문성 등에서 안철수가 다른 후보들보다 뛰어난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현실정치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덕성이나 전문성이 모자라는 이재명과 윤석열의 지지율이 높은 까닭입니다.
정치는 ‘진흙탕에 핀 연꽃’이라고 합니다. 안철수는 진흙을 묻히지 않고 연꽃을 피우려 합니다.
〈칼럼니스트〉
2022.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