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지났나…한달 새 줄어든 무역적자, 전쟁·코로나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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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중순 무역수지가 또다시 적자를 봤다. 하지만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했던 지난달 중순과 비교해서는 적자 규모를 큰 폭으로 줄여 “최악은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는 지정학적 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수입 부담이 다시 늘 수 있다며,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또 적자 냈지만, 적자 폭은 줄어

1~20일 수출입 동향. 관세청

1~20일 수출입 동향. 관세청

21일 관세청은 이번 달 1~20일 무역수지가 16억7900만 달러(2조1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수출액(343억 달러)은 13.1% 증가하며 두 자리 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세에 수입액(360억 달러)도 1년 새 12.9% 증가하며 전체 규모에서 수출액을 앞질렀다.

이번 달 무역수지가 아직 적자를 보고 있지만, 적자 폭은 우려와 달리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20일까지 무역적자 규모는 지난해 2월 1~20일(15억4200만 달러)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지난달 같은 시기(-55억2000만 달러)보다는 큰 폭 줄었다. 대체로 월말로 갈수록 수출액이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서, 지금 추세대로면 2월 전체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날씨가 따뜻해져 난방 수요가 줄어들면, 무역수지가 결국 원래대로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했다.

비축량 증가에 가스 수입 줄어

1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속 러시아 탱크들이 벨라루스 브레스트에서 벨라루스 군과 합동 훈련을 마치고 러시아로 떠나고 있다. [AFP=뉴스1]

1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속 러시아 탱크들이 벨라루스 브레스트에서 벨라루스 군과 합동 훈련을 마치고 러시아로 떠나고 있다. [AFP=뉴스1]

원래는 이번 달에도 큰 폭의 무역적자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지난달 무역수지(-48억900만 달러)는 정부가 무역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6년 이후 가장 많은 적자를 기록했었다. 동절기를 맞아 난방 등 에너지 수요가 늘었지만, 공급량은 제한돼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달에는 천연가스와 원유의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무역적자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예상과 달리 무역적자 폭이 커지지 않았던 이유는 이번 달 에너지 수입량이 많지 않아서다. 향후 가격 상승을 우려해 지난달 천연가스 등 에너지 비축량을 미리 늘린 덕분이다. 또 지난해 보다 덜 추운 날씨도 에너지 수입량을 줄이는데 한몫했다. 실제 1~20일 가스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3% 감소한 21억7900만 달러(2조598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달 1~20일 가스 수입액은 41억400만 달러(4조8931억원)로 이번 달보다 89.4% 많았다.

전쟁·오미크론이 변수

무역수지 적자와 관련해 최악의 상황은 지나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는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최근 높은 에너지 가격의 원인이 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여기에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오미크론 확산세가 줄어들면서 경제 활동을 재개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경제 활동이 늘면 중·장기적으로 공급망 차질이 완화할 수는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요가 늘어 원자재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커지고 있는 재정적자도 문제다. 지난해와 같이 높은 수준의 수출 증가세와 무역흑자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재정적자가 쌓이면, 대외 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수입 부담이 다시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은 미래 가치뿐 아니라 현재 가치도 미리 당겨 쓰는 개념이기 때문에 그만큼 전체 경상수지는 악화될 수 밖에 없다”면서 “수입액 증가로 기업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재정적자가 금융·외환 시장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기업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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