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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게 완벽" 트럼프 찬사…LG맨 되는 '백악관 집사' 알고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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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헤이긴 미국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지난 2018년 5월 29일 싱가포르 시내 한 호텔에 들어서는 모습을 NHK가 보도했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이끈 헤이긴 부비서실장은 LG 워싱턴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연합뉴스]

조 헤이긴 미국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지난 2018년 5월 29일 싱가포르 시내 한 호텔에 들어서는 모습을 NHK가 보도했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이끈 헤이긴 부비서실장은 LG 워싱턴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이끌었던 조 헤이긴(66) 전 백악관 부(副)비서실장이 LG맨이 된다.

지정학적·정치적 리스크 대응 위해 #韓 기업, 美 고위 관료 잇따라 영입 #리퍼트 전 대사는 삼성전자 부사장 #비건 전 부장관은 포스코 고문으로

헤이긴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첫 부비서실장을 지냈으며,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세세한 일정 조율 등 실무를 챙겨 트럼프 '집사'로도 불렸다.

LG는 18일(현지시간) 헤이긴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워싱턴사무소 소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워싱턴에 사무소를 두지 않았던 LG는 조만간 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워싱턴사무소 소장은 헤이긴 전 부비서실장과 임병대 LG전자 전무가 공동으로 맡게 된다.

LG는 최근 미국 내 사업 확장과 급변하는 국제 정세 대응 필요성을 계기로 워싱턴에 사무소를 열기로 결정했다.

LG 워싱턴사무소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정책 변화를 감지하고 분석해 LG그룹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미국 정계와 의회, 정부와 기관 등을 대상으로 대외협력 관련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지난 2017년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의 한 방에서 시리아 공습 후 백악관 국가안보팀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 사진 왼쪽이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 왼쪽에서 6번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7년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의 한 방에서 시리아 공습 후 백악관 국가안보팀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 사진 왼쪽이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 왼쪽에서 6번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레이건부터 트럼프까지 보좌한 백악관 '전설' 

헤이긴 전 부비서실장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부터 최근 트럼프 대통령까지 4명의 공화당 대통령 및 부통령을 백악관에서 보좌했다.

40년 넘게 백악관 안팎에서 일하며 미국 정계와 의회에 폭넓은 인맥을 구축했고, '공화당 맨'이지만 민주당에서도 평판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후 백악관 보좌진을 꾸릴 때 첫 부비서실장으로 낙점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막판에 조율한 것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헤이긴은 실무회담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싱가포르에 먼저 도착해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회담 일정 등 실무적인 부분을 협의했다.

그해 7월 헤이긴이 백악관을 떠나기로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조 헤이긴은 내 행정부에 크나큰 자산이었다"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헤이긴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길고 역사적인 해외 방문을 계획하고 실행했으며, 그는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냈다"며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칭찬했다.

또 "우리는 사무실에서 그리고 이동 중에 더욱 그를 그리워할 것이며, 그가 우리 위대한 나라에 훌륭하게 봉사한 데 감사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임하는 참모에게 이 같은 찬사를 보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업무 방식 때문에 우수한 관료들이 백악관 근무를 기피하는 가운데 헤이긴은 보기 드문 최고 수준 참모였다고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韓기업 속속 美관료 영입

헤이긴 전 부비서실장의 LG행은 최근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트럼프 행정부 이후 기업 경영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의 일부로 볼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하자 한국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입법과 규제, 수출통제 움직임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산 제품의 미국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자 중국에서 제조해 미국에 내다 파는 사업 방식 대신 미국에 제조 기지를 세우는 식으로 방향 전환을 할 필요성도 나타났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서부 '러스트 벨트' 표심을 잡기 위해 '보수가 좋은 노조 일자리(good-paying union job)'를 많이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제조업 확대를 독려했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미국 내 사업 확장 기회이면서 동시에 급변하는 정세에 따른 미국 정부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부담 또한 지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훼손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 자동차 공장이 멈춰 서고차값이 치솟자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SK를 비롯해 미국서 사업하는 모든 반도체 기업에 재고 현황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게 한 예다.

삼성전자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LG는 오하이오주에 대규모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LG는 지난해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과 자동차용 배터리 소송을 벌이면서 워싱턴 정계와 관가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대관 업무 필요성을 실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삼성전자 북미법인은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대외협력총괄 겸 본사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포스코는 '국무부 넘버 2'를 지낸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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