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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황대헌 "국민 여러분 감사해요. 저희 에너지 받으세요" [베이징 金남매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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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황대헌(왼쪽)과 최민정이 감사의 마음이 담긴 하트 세리머니를 펼쳤다. [연합뉴스]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황대헌(왼쪽)과 최민정이 감사의 마음이 담긴 하트 세리머니를 펼쳤다. [연합뉴스]

"역시 '대한민국은 쇼트트랙'이란 말을 듣겠다."

최민정(24·성남시청)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꿋꿋하게 말했다. 황대헌(23·강원도청)도 "중국의 텃세로 한국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훈련량을 늘리고, 집중도를 높이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말과 달리 상황은 좋지 않았다. 부상과 징계 등으로 주력 선수들이 이탈했다. '최약체'란 평가 속에 '힘들다' '안될 것 같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스스로 무너지지 않겠다는 주문을 걸었다.

황대헌(왼쪽)과 최민정은 나란히 1500m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초반 위기의 빠진 한국 쇼트트랙을 구했다. [연합뉴스]

황대헌(왼쪽)과 최민정은 나란히 1500m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초반 위기의 빠진 한국 쇼트트랙을 구했다. [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은 베이징에서도 강했다.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따내 대회 전 한국 선수단이 세운 목표(금 1~2개, 종합 15위)에 가까이 갈 수 있게 했다. 4년 전 평창 대회(금3, 은1, 동2)에 비하면 아쉽지만 쇼트트랙 최강국의 지위를 지켰다.

최민정은 17일 중국 베이징 올림픽 메인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자 대표팀은 주전 선수들이 많이 빠져 후순위 선수들이 합류했다. 3000m 계주는 우려가 많았는데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마지막 주자로서 책임감을 느꼈다. 남들이 '어려울 것'이라고 할수록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대회 초반 이해할 수 없는 오심이 이어졌다. 판정은 개최국 중국에게 유리했다. 빙질도 나빠 넘어지는 선수가 속출했다. 세 종목이 끝났는데 한국 선수단은 한 개의 메달도 수확하지 못했다. "바람만 스쳐도 실격될 수 있다. 조심해야 한다"는 최고참 곽윤기의 예상대로였다.

에이스 황대헌과 최민정이 힘을 내면서 한국 쇼트트랙은 5개의 메달을 쏟아냈다. 종합 1위다. [뉴스1]

에이스 황대헌과 최민정이 힘을 내면서 한국 쇼트트랙은 5개의 메달을 쏟아냈다. 종합 1위다. [뉴스1]

물러서지 않았다. 황대헌은 7일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실격당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격언을 올렸다. "장애물이 반드시 너를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 벽을 만나면 돌아가거나 포기하지 말라. 어떻게 그 벽을 오를지 해결책을 찾고, 그 벽을 이겨내라." 황대헌은 "안 좋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걸 벽에 비유했다. 계속해서 시도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고, 해낼 수 없는 건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라면만 먹고 금메달 따고, 정신력으로 운동하는 시대는 끝났다'지만 멘털리티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다. 나약해지지 않고,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다짐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황대헌이 남자 1500m 금메달로 포문을 열었고, 최민정이 여자 1000m 은메달을 따냈다. 남녀 계주에선 나란히 은메달을 챙겼다.

최민정은 "계주는 (메달을 땄을 땐)항상 금메달이었는데, 선배님들의 좋은 성적을 이어가지 못한 건 아쉽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 그 이상의 결과라 후회는 없다. 어려운 상황에 몰렸지만, 더 책임감 갖고 힘을 합쳤다"고 돌이켰다. 황대헌은 "두려워하고 주저하기보다는 결과가 어떻든 용기있게 도전해서 꿈과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가려 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해서, 꿈과 목표를 향해 달리는 분들께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민정과 황대헌은 국민의 응원 덕분에 좋은 성적을 냈다고 했다. 김경록 기자

최민정과 황대헌은 국민의 응원 덕분에 좋은 성적을 냈다고 했다. 김경록 기자

최민정은 1000m 은메달을 따낸 뒤 펑펑 울었다. 부상과 팀 내분 등으로 그간의 마음고생이 떠올라서였다. 하지만 "더 이상 울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노력을 믿고 꿋꿋이 달려 마지막 종목인 1500m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최민정은 "1000m 경기가 가장 힘들었고, 1500m 금메달을 땄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하면 쇼트트랙'이라고 말한 걸 지키게 되어 다행이다. 어려울수록 더 단단해진 우리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서 자부심을 가졌다"고 했다.

최민정은 "초반에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갈수록 성적이 좋아졌다. 선수 모두 정말 힘들게 준비를 했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이겨내려고 뭉쳤다. 그런 의지가 강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보람도 컸다. 최민정은 "금메달이 60~70개 정도 있다. 제가 딴 메달 중 이번 1500m 금메달이 제일 값진 것 같다"고 했다. 황대헌은 "평창 때 계주 메달을 놓쳐 아쉬웠는데, 기대했던 금메달은 아니지만 시상대에 다섯 명이 서서 좋았다"고 말했다.

국민적인 응원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최민정은 "올림픽 기간 국민 여러분 모두 다같이 분노하고 슬퍼해주고 위로해주고 기뻐해줘서 함께하는 올림픽이라고 느꼈다"며 "좋은 경기로서 힘든 시기에 힘을 드릴 수 있어 만족하고 보람있다"고 했다. 황대헌은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이다. 열정의 에너지를 국민들에게 전해드리고 싶었다. 10대, 20대는 물론 꿈과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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