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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납금만 2000만원"…감독 비리 폭로 묵살한 부산체육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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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감독 횡령액, 수 억원 달할 것”

부산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시체육회 간부와 부산시체육회 소속 배구실업팀 감독 간의 유착관계가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배구실업팀 소속 선수들은 부산시체육회에 “감독이 선수 훈련비를 횡령한다”고 신고했지만, 부산시체육회는 이를 묵살하는 등 내부 비리를 덮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건은 배구실업팀 소속 선수 A씨(37)가 배구실업팀 전 감독 B씨의 횡령 문제를 언론에 제보하면서 불거졌다. A씨는 “2020년 초 부산시체육회에 B씨의 문제를 제기했지만 묵살당하자 그해 7월 관련 내용을 언론에 알렸다”고 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1년 6개월 만인 16일 B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B씨는 선수들에게 지급된 훈련비 등 공금 200여만 원을 개인 유흥비로 탕진한 혐의다. 또 부산시체육회 사무처장 등 간부 2명에게 골프 접대비로 90만 원을 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산시체육회 간부와 감독 B씨는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금품을 주거나 받아서는 안 된다는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골프 접대를 받은 간부 2명에게 과태료 처분을 통보했다.

“감독 비리 신고했지만, 부산시체육회 쉬쉬”

B씨 비리를 알렸던 A씨는 2020년 재계약을 하지 못해 현재 선수 생활을 그만둔 상태다. A씨는 2016년 부산시체육회 소속 배구실업팀으로 온 뒤 2019년 말까지 선수로 활동했다.

A씨는 16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수사로 드러난 B씨 횡령액은 300만 원 수준인데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선수로 활동한 4년간 저 혼자 B씨에게 상납한 금액만 2000여만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배구실업팀 소속 선수 12명은 두 달에 한 번씩 50만 원의 훈련비를 개별 계좌로 입금받았다. 이는 곧바로 B씨가 지정한 특정 선수의 계좌로 이체됐고, B씨가 이 돈을 관리해왔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는 “B씨가 10년 이상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선수들로부터 착복한 금액은 수 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A씨는 “대한체육회가 2020년 5월 부산시체육회에 B씨를 징계하라고 요구했지만, 부산시체육회는 B씨를 감싸기에 급급했다”며 “검찰은 이번 사건을 개인 일탈로 보지 말고, 부산시체육회 비리 전반을 파헤쳐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2019년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부산서머매치 경기. 이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2019년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부산서머매치 경기. 이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감독, 검찰 송치…부산시체육회 “제도 개선 중” 

부산시체육회는 B씨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장인화 부산시체육회장은 “2월 중으로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할 것”이라며 “지난해 내부 규정을 정비해 사무처 직원은 실업팀 감독이나 선수와 사적으로 식사하지 않도록 하는 등 윤리강령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시·도체육회장직은 시도지사가 맡으면서 내부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2020년 1월 민선체육회가 출범한 이후 시·도체육회 자정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니 제도 개선 과정으로 봐 달라”고 했다.

B씨는 이번 사안에 대해 “잘못했다”고 짧게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중앙일보는 B씨와 추가 전화통화를 수차례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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