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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안 원한다" 푸틴, 간보기 철군?…"진의 뭐냐" 서방 떨떠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이 예측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16일)을 하루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일부 병력을 철수했다”고 발언하자, ‘푸틴의 진짜 속내’를 파악하기 위한 서방 각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BBC 등은 푸틴 대통령의 일부 철군 발언을 놓고 서방 각국의 정보당국이 정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미국 정보당국이 푸틴의 의중을 해석하는 중대한 시험대에 직면했다”며 “이들은 각종 전자도청과 기존 발언 분석을 통해 푸틴의 생각을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이후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군의 철수는 좋은 일이지만, 아직 검증된 사실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국경에 배치한 러시아 병력이 15만 명에 이른다고 강조하면서 "침략 가능성은 남아있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러시아의 일부 병력 철수 발표에 대해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긴급안보회의인 코브라회의를 열고 “러시아의 야전병원이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국경에 건설중”이라며 “상황이 아직 고무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도 “러시아의 외교 의사는 낙관적”이라면서도 “현재로써는 긴장 완화의 신호는 없다”고 지적했다.

서방은 푸틴 대통령의 ‘화전양면(和戰兩面, 화해와 위협을 반복하다가 전쟁을 일으키는 전술)’ 전술을 경계하고 있다. 앞에선 “협상을 하자”며 병력을 철수하겠다고 말하고, 뒤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군사전문 매체인 더 드라이브는 15일 러시아군의 철수가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철군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동영상까지 공개했지만, 여전히 엄청난 화력이 우크라이나 국경선에 남아있다면서다.

CNN은 크림반도의 공군 기지에 지난 며칠 동안 최소 60대의 헬리콥터가 증강됐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가 군 철수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러시아 병력의 증강 징후가 포착됐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시작된 러시아·벨라루스의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 역시 진행형이다.

1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속 러시아 탱크들이 벨라루스 브레스트에서 벨라루스 군과 합동 훈련을 마치고 러시아로 떠나고 있다. [AFP=뉴스1]

1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속 러시아 탱크들이 벨라루스 브레스트에서 벨라루스 군과 합동 훈련을 마치고 러시아로 떠나고 있다. [AFP=뉴스1]

서방은 푸틴 대통령의 의중 파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NYT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시도 당시엔 푸틴 대통령의 핵심 측근에 접근할 수 있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스파이가 존재했다. 미국은 그를 통해 푸틴의 의중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해당 요원이 2017년 러시아에서 추방된 뒤 이런 접근방식을 쓰기 어려워졌다.

특히 소비에트연방(소련)의 옛 정보기관 KGB 출신인 푸틴 대통령은 속내를 감추는 데 철두철미한 면모를 보여왔다. 도청을 막기 위해 전자기기를 피하고, 측근에게 많은 정보를 얘기하지 않는다. 주변인들이 푸틴의 발언을 메모로 남기는 것도 금지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으로부터 보고받고 있다.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으로부터 보고받고 있다. [AP=뉴시스]

이와 관련 전 CIA 모스크바 지국의 요원이었던 존 시퍼는 “분석가들은 푸틴의 사고방식, 그가 미국 등 서방세계에 가진 불만과 분노를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 들어가기 전까진 그가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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