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혜경 “공사 구분 부족 죄송” 야당 “사실 안밝힌 동문서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자신을 둘러싼 과잉 의전과 법인 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9일 사과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자의 배우자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하고 공(公)과 사(私)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 저의 부족함으로 생긴 일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의혹이 처음 제기된 뒤 12일 만에 이뤄진 ‘직접 사과’였다. 김씨는 지난 2일 사과 입장문을 낸 적이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불거진 ‘과잉 의전’ 등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불거진 ‘과잉 의전’ 등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김씨는 이날 오후 5시쯤 베이지색 투피스 정장을 입고 회견장에 나타났다.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 김씨는 “국민 여러분께, 특히 제보자 당사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제가 져야 할 책임은 마땅히 지겠다.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후에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드리고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 모두 제 불찰이고 부족함의 결과다. 앞으로 더 조심하고 더 경계하겠다”며 허리를 굽혔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28일 한 언론이 ‘김씨가 경기도청 비서실 공무원에게서 폐경 치료제를 대리 처방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하며 촉발됐다. 이후 경기도 법인카드로 구매한 쇠고기가 이 후보 자택으로 배송됐다는 등의 보도가 추가로 나오며 논란이 확산했다.

관련기사

김씨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선 구체적 해명보다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법인카드 유용 부분을 포함해서 인정하는 사실관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에 김씨는 3초간 고민한 뒤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실체적인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 협조하고, 그리고 거기에 따라서 결과가 나오면 응분의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질 것”이라고만 했다.

김씨는 제보자인 전직 7급 공무원 A씨에게 의전 지시를 했던 5급 배모씨에 대해선 “(이 후보의) 성남시장 선거 때 만나서 오랜 시간 알고 있었던 사이”라고 말했다. A씨에 대해선 “제가 (2018년) 경기도에 처음 왔을 때 배씨가 소개해 줘서 첫날 인사하고 마주친 게 전부다. 그 후에는 소통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A씨와 배씨의 관계를 몰랐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저의 불찰이라고 생각한다. A씨는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과한다니 이 후보는 뭐라고 했나’는 질문에 김씨는 “진심으로 사과드리면 좋겠다고 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 네 건의 질문을 받았다. 김씨의 등장부터 퇴장까지는 8분이 걸렸다.

다만 이날 사과에도 논란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제보자 A씨는 회견 뒤 “진정성이 느껴지지도, 본질을 관통하지도 못한 기자회견이다. ‘법카 유용을 어디까지 인정하는지’ ‘그 많은 양의 음식은 누가 먹었는지’ 기자들을 대신해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 수석대변인 역시 “공무원들 사적 비서 활용, 업무추진비 등 공적 자금 유용, 대리 처방, 관용차 사적 사용 등 어느 사실관계도 밝히지 않았다. 범죄행위에 대한 동문서답식 사과”라고 비판했다. 정치컨설턴트인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한 차례 실망감을 가진 무당층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추이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