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면 대면 웬 말""비대면, 등록금 아깝다" 엇갈린 대학생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학원생 홍모(30)씨는 지난 7일부터 주변 학생과 '비대면 강의로의 전환'을 위한 연서를 받기 시작했다. 1학기 대학원 수업이 '전면 대면'으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그는 “학교에 일주일에 한두 명씩 감염 사례가 나오는데 전면 대면이 웬 말인가 싶었다”며 “코로나19는 후유증이 남는 질환인데 너무 안일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씨가 연서를 받는 데 앞장 서는 것은 얼마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최종 음성 판정을 받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맥박이나 호흡이 갑작스럽게 불안정해지는 등 후유증이 여전하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7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모습.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나오자 한국외대는 당시 모든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7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모습.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나오자 한국외대는 당시 모든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연합뉴스

오는 3월 새 학기 개강을 앞두고 여러 대학이 대면 수업 확대 방침을 밝힌 가운데 학생들 사이에선 우려와 기대가 엇갈린다. 코로나19 변종 오미크론 확산세가 두렵다며 불안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는 한편 대면 수업으로 얻는 실익을 기대하는 학생들도 있어서다.

“비대면 수업, 등록금 아까웠다…오미크론은 감기 같아”

지난해 10월 1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는 모습. 서울대는 당시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시설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대면수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뉴스1

지난해 10월 1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는 모습. 서울대는 당시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시설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대면수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뉴스1

대면 수업을 반기는 학생들은 지난 2년간 이뤄진 비대면 수업의 질이 떨어졌음을 지적한다. 대학생 최연주(23)씨는 “교수님마다 달랐지만 강의를 재활용하는 분도 많았고, 온라인이라 수업 집중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팀 활동으로 결과물을 내야 하는 대학생의 경우 비대면 수업의 아쉬움은 더 컸다. 게임공학을 전공하는 양모(22)씨는 “코로나19 전에는 수업 중에 게임을 직접 만들고 교수님과 피드백을 주고받았는데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어려워졌다”며 “수학이나 코딩처럼 모르는 게 산더미인데도 바로 질문할 수 없어 등록금이 아까웠다”고 말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면 수업을 반기는 이들에게도 코로나19는 걱정거리였다. 양씨는 “학교에서 무조건 확진자가 나올 거라 생각한다. 걱정이 없을 수가 없는 시기”라며 “내 주변에서 감염이 안 터지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최씨는 “오미크론은 중증도가 낮아 감기 앓는 것과 비슷하다고 들었다.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수업 중에 마스크를 벗는 것도 아니고 백신도 맞았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대학은 대면 수업 확대…“교육부 지침 따를 것”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오미크론 대응 2022학년도 유·초·중등 및 특수학교와 대학의 학사 운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오미크론 대응 2022학년도 유·초·중등 및 특수학교와 대학의 학사 운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대학들은 코로나19 확산에도 대면 수업을 확대하는 추세다. 건국대·서울대·중앙대·한양대 등은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뒀고, 경희대·서강대·성균관대 등의 학교는 30~80명 이하 강의는 대면 수업을 가능하게 했다.

이런 대학의 결정에는 대면 활동을 권장하는 교육부의 지침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한양대학교 관계자는 “온라인 수업은 피드백을 주고받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학교에 적응해야 할 신입생 입장도 고려했다”면서도 “대면 활동을 권장하는 교육부 지침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내 확진자가 많이 나오면 지침에 따라 비대면 전환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면·비대면 교차에 “불편하다”는 말도

상황이 이렇자 학생들은 다가오는 1학기에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섞어서 수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1교시는 강의실에서 대면 수업을 들을 뒤, 2교시엔 적당한 장소를 찾아 노트북으로 온라인 수업을 듣는 식이다. 대면·비대면 수업의 교차에 일부 학생들은 “수업 듣기 어려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임영수(25)씨는 “대면 수업이 끝나면 비대면 수업을 들을 장소를 구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라운지 등 학생 공간이 폐쇄돼 자리 찾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대면 수업을 선호하지만 이번 학기는 비대면으로 일괄 신청했다”고 토로했다. 최연주씨도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한 중간·기말고사 날은 장소를 구하기 더 어려울 것 같다”며 우려했다. 대학생 이모(26)씨는 “2학기부터는 대면과 비대면이 교차하는 형태가 아니라 전체 대면이나 전체 비대면으로 운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