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성형 후 갈비뼈 통증…몸에 거즈 넣고 봉합한 의사 벌금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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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몸에 거즈를 넣고 그대로 봉합한 혐의로 기소된 성형외과 의사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중앙포토]

환자의 몸에 거즈를 넣고 그대로 봉합한 혐의로 기소된 성형외과 의사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중앙포토]

성형수술 도중 환자의 몸에 거즈를 넣은 채 봉합한 혐의로 기소된 성형외과 의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 양경승)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성형외과 의사 A씨(56·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서울에서 한 성형외과를 운영하던 2015년 8월 태국인 B씨(36·여)의 코 성형수술을 하던 중 왼쪽 갈비뼈(늑골)에서 연골을 채취하다가 그 안에 거즈를 넣은 채 그대로 봉합해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수술을 마치고 태국으로 귀국했지만 왼쪽 늑골 부위가 붓고 온몸에 통증이 계속됐다. B씨는 수술한 지 2주 만에 태국의 한 병원을 방문해 상처 부위를 국소마취하고 고름을 뽑는 처치를 받았다.

그러나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B씨는 열흘 뒤 태국의 다른 병원을 방문했고, 이 병원에서 늑골 부위 거즈를 찾아냈다. 제거 수술을 받은 뒤에야 B씨의 상태는 차츰 나아졌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B씨를 수술할 때 왼쪽 연늑골을 채취하는 시술을 했지만, 이 과정에서 거즈를 사용하지도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연늑골을 채취하는 시술의 샘플 동영상에서 거즈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 B씨 몸에서 발견된 거즈 사이즈는 7×14㎝인데, A씨 병원에서는 2×2㎝나 3×3㎝ 규격의 거즈만을 사용해왔다는 점 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거즈가 수술 과정에서 피고인의 과실로 피해자의 왼쪽 늑골 부위 내부에 방치됐고, 피고인의 과실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며 1심을 뒤집었다.

태국의 병원에서는 국소 마취를 통해 작은 피부만 절개했기 때문에 거즈가 늑골 부위에 남게 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대학병원의 감정의는 “국소 마취 상태에서 작은 피부 절개를 통해 지방과 근육을 제거하고 늑골 근처까지 거즈를 넣은 처치가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늑골을 채취하는 수술 동영상에서 거즈를 사용하지 않은 채 늑골 부위에서 연골을 채취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는 피해자를 수술한 뒤 다른 환자를 수술하면서 촬영한 영상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의료과실 정도와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가볍지 않은데도 피고인은 범죄행위를 부인하면서 현재까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태국 병원이 검찰의 요구에도 의무기록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도 제시되지 않았는데도 유죄로 결과가 뒤집혀 상고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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