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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몫까지…" 故최숙현 선수 아버지의 겨울올림픽 응원

중앙일보

입력

고 최숙현 선수 아버지가 푯말을 들고 대표팀을 응원했다. [사진 칠곡군]

고 최숙현 선수 아버지가 푯말을 들고 대표팀을 응원했다. [사진 칠곡군]

“올림픽 무대를 꿈꿨는데…, 하늘로 먼저 간 딸의 몫까지 최선을 다해 주세요.”

가혹행위로 선수의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58)씨가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대표팀의 메달을 응원했다.

최씨는 지난 5일 딸을 잃은 슬픔을 누르고 칠곡군청을 찾았다. 한국대표팀 응원문구가 적힌 푯말을 들고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푯말은 그의 뜻에 맞춰 칠곡군에서 제작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대표팀에게 최씨의 마음이 전해지기를 기대하면서다.

고 최숙현 선수는 지난 2020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던 중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팀 내 지도자와 선배 선수의 괴롭힘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사건은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폭행과 가혹 행위 등을 두고 수사와 법정 공방이 이어졌고, 결국 대법원은 지난해 7월 감독과 주장을 맡았던 선배 선수에게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딸 생각에 눈시울을 붉히면서 “겨울 올림픽이 시작되니 딸 아이 생각이 더 난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해 부모님을 호강시켜 드리겠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라며 “대한민국 선수들이 (우리 숙현이의) 꿈을 대신 이뤄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 최숙현 선수의 마지막 메시지. 연합뉴스

고 최숙현 선수의 마지막 메시지. 연합뉴스

최씨의 소원은 딸의 이름을 딴 ‘최숙현 재단’을 설립하는 것이다. 스포츠 폭력을 예방하고 관련 피해 선수들을 돕기 위해서다. 그는 고 최 선수와 관련한 민사 재판이 종결되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과수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지난 2012년부터 설 등 명절이면 칠곡군 주민생활지원과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100여 가구에 사과를 기부해오고 있다. 딸이 세상을 떠난 2020년에도 사과 기부를 중단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부터는 칠곡군 에티오피아 후원 사업에도 동참해 매월 일정액을 기탁하고 있다.

최 선수를 잊지 않은 철인들은 지난해 최 선수 1주기를 맞아 ‘추모 라이딩 행사’를 열기도 했다. 철인들은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추모 라이딩에 나섰다. 각자 유니폼에 국화 한 송이를 꽂은 이들은 반포한강공원에서 출발해 경기 하남 덕풍교를 찍고 돌아오는 54㎞ 코스를 자전거로 달리며 최 선수를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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