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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기초수급자인데 국선변호인 청구 기각한 건 위법"

중앙일보

입력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달라고 재판부에 청구했는데도 기록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이를 기각한 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3일 대법원 1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사건을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의 회사와 합병한 상대 회사 운영자에게 "1억원을 주기로 하지 않았느냐"며 돈을 요구하다 수차례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18년부터 약 3년간 기업 비리를 제보하겠다는 취지로 174차례에 걸쳐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 수단을 통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등을 반복적으로 보내는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인정했고, "피해자가 입었을 정신적 고통을 고려하면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A씨의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가 기각된 점에 주목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A씨가 사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이유를 제대로 소명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1심 재판 도중 자신이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상 수급권자라는 자료를 제출한 점을 살폈다.

현행법상 국선변호인 선임을 청구할 때는 피고인 자신이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하는 이유를 소명해야 하지만, 재판 기록에 의해 사유가 인정될 때에는 재판부가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A씨가 과거 제출한 기록에 따라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줬어야 했다고 봤다. 결국 2심 재판에서 A씨의 방어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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