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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확진자 2만 명 나온다는데, 치밀한 대책 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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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백화점ㆍ영화관ㆍ학원 등에 적용되던 방역패스(접종증명ㆍ음성 확인제)가 해제된 18일 오전 대구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들이 방역패스 안내 현수막을 떼고 있다. [뉴시스]

백화점ㆍ영화관ㆍ학원 등에 적용되던 방역패스(접종증명ㆍ음성 확인제)가 해제된 18일 오전 대구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들이 방역패스 안내 현수막을 떼고 있다. [뉴시스]

오미크론 확산세, 설 이후 폭증 예상

동네 의원 맡긴다지만 현장선 막막

어제 전국 백화점과 대형마트·영화관·학원 등에 대해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해제됐다. 법원이 서울의 백화점과 대형마트 방역패스 의무화에 제동을 걸면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논란이 퍼진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통제로 법정 공방이 진행되는 사이 오미크론 변이는 급격히 확산됐다. 특히 비수도권의 확산세가 심각해 광주광역시는 오미크론이 80%에 이르렀다. 이번 주말이면 전국 오미크론 검출률이 50%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인용한 ‘3월 중 2만 명 확진과 2000명의 위중증 발생’ 전망은 심상치 않다. 정부는 동네 의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게 하고 격리 기간을 단축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말만 믿고 기다리기엔 신뢰가 무너졌다.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시행할 때는 문재인 대통령이 “1만 명까지도 확진자가 늘 수 있다”고 예고하는 등 정부가 거리두기 완화에 만반의 대비를 한 것처럼 믿게 했다. 정작 뚜껑이 열리자 1만 명은커녕 5000명 발생에도 우왕좌왕했고, 중환자실이 모자라 병실 나기만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람이 속출했다.

이런 일을 겪었는데 곧 하루 2만 명의 확진자가 나온다는 예고가 불안하지 않을 수 있나. 설 연휴 등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서둘러 준비해도 시간이 모자라다. 지금까지 코로나19 환자를 맡지 않았던 의료기관들이 신속항원검사와 PCR검사 의뢰를 하고 치료를 진행하려면 진료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동네 의원에서 코로나19 환자와 일반 환자를 어떻게 분류할지, 유료로 바뀌는 검사비는 건보 적용이 되는 건지, 재택 치료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등 결정해야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쯤이면 동네 의원들과도 얘기가 다 끝나고, 실행만을 남기고 있어야 정상이다. 환자가 폭증할 경우 의사와 간호사 감염 증가로 의료 역량에 큰 구멍이 뚫릴 수 있고 소방·항공 인력 부족사태가 벌어진 해외 사례도 간과하면 안 된다. 서둘러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비극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

행정 편의주의에 매몰돼 과학과 타당성을 무시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대형마트나 학원의 방역패스 적용이 비현실적이라는 전문가와 언론의 지적이 이어졌지만, 방역 당국은 묵살하고 밀어붙였다. 결국 법원에 제동이 걸렸다. 방역 당국은 청소년 방역패스 중지 결정에 대해 즉시 항고하겠다는데, 차라리 그런 에너지를 자발적 접종을 유도하는 작업에 투입하는 편이 현명하다. 사무실에 앉아서 상식과 대결하며 복잡한 규제를 고안해 낼 여력이 있다면 차라리 의료기관이나 검사소에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일손을 보태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고 시민의 지지를 받는 행정이다.